(박진우 국제부 기자) ‘유니콘(unicorn)’은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지금은 10억달러(약 1조167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미국 벤처캐피탈(VC) 카우보이벤처스의 설립자 에일린 리는 ‘매우 희귀하다’는 뜻으로 이 단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혹자는 유니콘이 이제 흔한 ‘얼룩말’이 됐다고도 말합니다. 스타트업 정보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 수는 2014년 1월 42개에서 지금은 155개로 3배 넘게 늘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죽은 유니콘’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링크드인이나 타블로(Tableau)처럼 한 때 잘나가던 스타트업들의 가치가 반토막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에버노트의 위기설이 떠돌아 CEO가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가치가 하락한 스타트업은 56개에 이릅니다.
벤처캐피탈도 유니콘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4분기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캐피탈 자금이 113억달러로 전분기보다 32%나 줄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벤처캐피탈은 유니콘이 구체적인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얼마 전엔 기업가치 104억달러로 유니콘 순위 10위인 클라우드 저장업체 ‘드롭박스’의 위기설이 제기됐습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당초 추산됐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매출이 20억달러는 돼야 하지만, 드롭박스의 예상 매출은 5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신생 스타트업인 드롭박스의 지분 가치를 높게 본 이유는 뭔지 궁금해집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해 유니콘 기업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에 대해 ‘제2의 닷컴 버블’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기업 간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2년 안에 유니콘 기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데 베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기론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유니콘들은 덩치를 키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유니콘인 쿠팡(기업가치 20억달러)은 지난해 11월 앞으로 2년간 3만9000명을 채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옐로모바일도 77개의 벤처기업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왔습니다.
지난해 말 블룸버그는 2016년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블랙스완(돌발 악재)’ 6가지 중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승리와 함께 유니콘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155개 유니콘의 기업가치는 5000억달러(약 583조원)에 가깝습니다. 실적이 가치를 따라 올라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만, 아직은 실적을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끝)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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