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책이라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만큼 총선 전에 내놓았다가 자칫 동네북처럼 정치적으로 무분별하게 공격받으면 될 일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년수당 지급 같은 것은 처음부터 정당도 아닌, 정부가 거론할 게 아니었다. 보류가 아니라 취소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모든 현안을 총선 뒤로 돌려 국정이 ‘올스톱’되는 정도라면 전혀 얘기가 다르다.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같은 것은 보건복지부가 3년을 준비한 일이다. 산업 구조조정도 그렇다. 그토록 어렵게 ‘원샷법’까지 도입해야 했을 정도로 시급한 과제였지 않은가. 이런 일들까지 총선 뒤로 미루는 것은 곤란하다. 이른바 ‘정책절벽’은 오히려 정치적 분쟁을 키울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 저성장이 추세화하고 있다. 올해도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KDI가 올해 3.0% 성장률을 전망하면서 구조개혁 없이는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상기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여야 정당은 눈앞의 총선만 의식해 일자리 부족이 심각하다며 별의별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성장정책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다. 급증하는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이 모두 저성장의 결과다. 그런데도 오히려 야당에선 경제민주화를 되살리겠다고 외친다. 경고벨이 요란히 울리는데도 정치싸움뿐이다. 선거는 선거, 국정은 국정이다. 선거 때문에 국정까지 멈춰선다면 ‘소’는 누가 키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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