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국제화의 최전선이다. 세계 각국 대학들이 각자의 경쟁력과 고유한 학풍을 내세워 고등교육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한국 역시 연간 9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맞이하고 있으니, “‘국경 없는 세상’은 대학가부터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 대학에 입학한 외국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수강신청, 영어 강의, 낯선 캠퍼스 문화,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의 벽 등 무수히 많은 장애물과 싸워나가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국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대학은 장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며 연구와 봉사를 통해 문제 해결의 주체임을 자임해 왔다. 지금도 그런 전통을 이어 세계 최고 대학을 목표로 각종 지식의 융합과 재창조를 선도하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이화여대도 미국 중국 일본 인도 유럽 등의 세계 최고 지성들이 교내 곳곳의 연구실에서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불을 밝히고 있다. 한국 대학이 공급하는 지식과 정보가 각종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채널을 타고 세계 도처로 전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京?㈃遊?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국제화 프로젝트로 전환, 제3세계 출신 유학생에게 항공료와 학비, 기숙사, 생활비 등을 전액 제공하는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을 10년째 시행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싱가포르 난양공대는 세계 50년 미만 역사를 지닌 대학 중에서 당당히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외 대학 관계자들은 이 학교가 2011년 노벨상 수상자 출신 스웨덴 과학자를 총장으로 영입한 결과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국내 대학들도 특색 있는 세계 대학들과 학제 간 벽을 허물고, 고등교육의 인적·물적 교류에서 담대한 기획과 결단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자원은 하룻밤이면 복사가 가능하지만, 사람만은 예외다. 우리는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믿을 것은 사람뿐인 나라인데, 대학은 그 사람을 키우는 곳이다. 개방과 세계화의 시대를 헤쳐나가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일기당천(一騎當千)의 인재로 키워내겠다는 각오로 투자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어렵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한국인의 꿈은 이제 세계 지식네트워크의 선도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최경희 < 이화여대 총장 president@ewh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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