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역시스템, 동네축구 수준"
[ 박근태 기자 ]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지난 25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지금은 전 세계를 여행하는 데 3일도 안 걸리는 시대가 됐다”며 “신종 감염병이 발병한 뒤 대응하는 사후 대비에서 벗어나 사전 대응 체계로 방역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를 뒤흔드는 에볼라와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블랙 스완’에 빗댔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처럼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에서다. 김 교수는 “국제 여행이 늘면서 항공기가 전염병을 옮기는 거대한 매개체 역할을 하지만 한국의 대응은 게걸음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서구 선진국 수준을 자부하던 국내 방역 체계는 지난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한국은 공무원이 감염병을 미리 준비했다가 안 오면 징계를 받다보니 소통도 부재했고, 병원에서의 확산 가능성도 놓쳤다”며 “이번 지카 바이러스도 환자의 여행 이력이 뜨는 스마트 검역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허술한 상황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명동 등에서 언제든 신종조류인플루엔자(H7N9)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교수는 “어떤 방역 시스템도 구멍이 나기 마련”이라며 “여러 층의 방역 시스템을 갖춰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있지만 뚫리지 않는 사전 대응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신종플루가 나오면 신종플루 과제를 만들고, 메르스가 나타나면 메르스 과제를 만든다”며 “국내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R&D) 체계가 공만 쫓는 ‘동네 축구’ 같다”고 꼬집었다. 또 “국내엔 바이러스 전문가가 극히 적고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했다고 자부하지만 감염병 현장에서 활용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기초연구, 치료제 백신 연구 등을 강화해 자기 지역을 지키는 ‘프리미어리그’처럼 체계적인 R&D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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