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씨(76) 부부는 결혼한 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지만 두 사람 모두 어느새 70대 노인이 됐다. 인생을 돌아보니 이 정도면 그럭저럭 잘 살아왔다고 여기고 있다. 내일 당장 죽는다 해도 그리 아쉬울 것 없는 인생이다. 부부 모두 아직까지는 아픈 곳 없이 금실 좋게 지내고 있고 집안에 큰 우환도 없다. 단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바로 외아들 강호씨(40)다.
김씨 부부는 선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지금은 김씨 내외가 돌보고 있지만 부모가 죽고 나면 생계는 어떻게 해결할지, 몸이 더 불편해지거나 아프면 누가 보살펴 줄지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기다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준다고 해도, 유언장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로 재산을 잘 처분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김씨는 고민 끝에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았다. 다행히 그가 아들을 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있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평소 신뢰하던 법무사를 아들의 성년 후견인으로 정했다. 아들의 성년 후견인을 미리 정해둠으로써 부부가 죽고 난 뒤 전혀 霽4?사람이 아들의 후견인이 되는 위험을 방지한 것이다. 이 경우 아들이 어떤 성격이고 성장과정은 어땠는지, 향후 재산은 어떻게 관리해 나가길 원하는지 미리 알려두면 후견인이 아들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김씨 부부는 두 번째로 오래전부터 거래해 오던 보험회사와 신탁계약을 맺었다. 수익자는 위탁자인 김씨지만, 그가 죽은 뒤 재산을 받게 되는 2차 수익자는 아내로 정했다. 또 상속세를 고려해 아들의 법정상속분은 따로 정리했다. 아내가 죽고 난 뒤의 3차 수익자는 아들로 정했다. 아들이 쓸 생활비, 요양에 필요한 자금 등은 후견인인 법무사가 수탁자인 보험회사로부터 받아서 쓸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사망하면서 신탁계약이 종료되면 남은 신탁재산은 김씨 부부가 평소 봉사활동을 다니던 사회복지 법인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처럼 신탁설계를 미리 세워 두면 부모가 죽고 난 뒤 자식에게 든든한 후견인이 생기고, 자식이 죽더라도 부모의 유지에 따라 재산을 의미 있게 처분할 수 있다.
또 부부가 눈 감기 전에 성년 후견인이 아들을 챙기는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후에 홀로 남을 아들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박지숭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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