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도 반한 미코노스 사루 비치…'CF 단골명소' 산토리니…'신화의 섬' 크레타
최근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시청률 20%만 돼도 대박인데 태후는 어느덧 훌쩍 30%를 넘어섰습니다. 중국에서 인터넷으로 드라마를 본 중국인들만 1억명이 넘습니다. 태후와 관련된 클릭 수는 10억뷰나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태후를 언급할 정도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죠. 3월21일자 한경 <여행의 향기> 9면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박 대통령은 많은 관광객이 태후 촬영지인 태백을 방문할 기회가 열렸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지역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야 할 필요성과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한 고품질 서비스를 당부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홀린 것은 주인공들의 설레는 로맨스뿐만이 아닙니다. 드라마 배경이 된 가상의 땅 ‘우르크’의 실제 촬영지였던 그리스 ‘자킨토스’ 섬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스며드는 코발트빛 바다는 이 세상의 풍경이 아닌 것처럼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보석을 풀어 놓은 듯한 바다와 해변에 놓인 비현실적인 난파선의 풍경까지…. 날로 높아지는 드라마에 대한 관심만큼 ‘자킨토스’ 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킨토스 외에도 그리스엔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에게 해와 이오니아 해에 걸쳐 무려 6000개에 달하는 섬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키클라데스의 양대산맥인 미코노스와 산토리니, 그리스의 최대 섬 크레타까지 유랑하다 보면 세상의 모든 자유와 낭만은 내 것이 될 것입니다. 이제, 그리스로 떠나볼까요?
태양의 후예도 반한, 자킨토스
자킨토스는 그리스의 서쪽 이오니아 제도에 있는 섬이다. 이 섬은 ‘잔테’라고도 불리는데 과거 베네치아인들이 이곳을 정복했을 당시 부르던 이름이다. 그들은 수많은 꽃과 식물이 만발한 자킨토스 섬을 ‘동방의 꽃’이라 칭하기도 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자킨토스의 최고 명소는 ‘나바지오(Navagio) 해변’이다.
드라마 태후에서 유시진(송중기)이 강모연(송혜교)을 데려가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긴 바로 그 해변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아이보리빛 절벽 사이 코발트색 물감을 푼 바다가 새하얀 모래를 적신다. 해변 한가운데에는 풍경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배 한 척이 항해를 멈춘 채 시간 속에 영원히 굳어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해변은 1982년 밀수 담배를 실어 나르던 파나기오티스(Panagiotis)호가 이곳에 난파되면서 파라다이스가 됐다.
보트를 타야만 ?수 있는 외딴 해변이지만 독특한 풍광에 매료된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자킨토스는 붉은 바다거북, 카레타 카레타(Caretta Caretta)가 알을 낳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여름밤이 되면 암컷 거북이들은 섬의 남쪽 라가나스 베이로 향한다. 모래가 고와 알을 파묻기에 편하고 한적하고 조용해 산란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산란기에는 해변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화려함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미코노스
지중해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키클라데스 제도의 섬 중에서도 미코노스는 단연 빛난다. 여름의 미코노스는 태양보다 뜨겁다. 섬 전체는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떠들썩하고 해변은 자유와 낭만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달이 뜨면 DJ들의 신나는 음악 소리가 지중해의 파도와 뒤섞여 밤새도록 부서진다.
미코노스를 단순히 ‘파티의 성지’로만 치부하면 곤란하다. 화려함을 지운 미코노스의 모습은 마치 순박한 시골 소녀의 모습 같다. 키클라데스 제도에서는 섬의 중심이 되는 마을을 ‘호라(Chora)’라고 한다. 미코노스의 진짜 매력은 호라를 걸어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순백색으로 칠해진 미코노스의 가옥들 사이로 골목들이 미로처럼 엉켜 있다. 너무 복잡한 나머지 방향을 잃기 일쑤이지만 상관없다. 담장을 수놓은 형형색색의 꽃들과 아기자기한 가게들, 각기 다른 모양으로 지어진 수많은 교회를 구경하다 보면 오히려 길을 잃은 것이 행운으로 느껴진다.
리틀 베니스 ?따라 걷다 보면 풍차들이 서 있는 카토밀리 언덕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눈물겹도록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미코노스를 대표하는 해변으로는 파라다이스 비치가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미코노스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수두룩하다.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루 비치가 좋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휴가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랑한다면, 산토리니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 하늘 아래 초승달처럼 굽어진 섬이 있다. 파란 바다를 마주한 절벽에는 순백색의 몸통 위로 동그랗고 파란 지붕을 뒤집어쓴 교회와 파스텔톤의 집들로 빼곡하다. 이제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리스의 모습이 돼버린, 산토리니의 풍경이다. 키클라데스 제도의 최남단에 있는 산토리니는 가장 큰 섬인 티라(Thira)를 포함한 5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산토리니는 본래 하나의 섬이었다. 그러나 수천년 전 발생한 거대한 화산 폭발로 섬 한가운데가 움푹 커지고 바닷물이 들어차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산토리니 여행은 피라 마을에서 시작된다. 섬의 중심이 되는 마을답게 각종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다. 섬 곳곳을 잇는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피라의 아기자기한 골목 사이를 걷다 보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칼데라 전망이 펼쳐진 곳으로 향하게 된다. 절벽을 따라 늘어선 카페에 앉아 에게 해의 풍경을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다 보면, 어느새 흠뻑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해가 질 무렵이 되면 사람들은 모두 한곳으로 향한다. 엽서나 CF에서 보던 산토리니의 동화 같 ?모습을 간직한 이아마을이다. 굴라스 성채는 이아마을의 일몰을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수많은 사람이 부서진 성벽 위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순간을 기다린다. 태양이 바닷속으로 장렬하게 다가서며 찬란한 빛깔을 뿜고, 절벽을 수놓은 수많은 집과 풍차가 붉게 물든다.
자유를 갈망한다면 이곳으로…크레타
에게 해의 남단 동서로 길게 뻗은 모습의 크레타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이다. 서구 문명의 근간이라 여겨지는 미노아 문명의 탄생지이자,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가 태어난 곳이며,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크레타의 주도 이라클리오는 크레타의 깊고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시내 중심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은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코스다. 선사 시대부터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르는 크레타의 역사를 집대성해 놓았다. 이라클리오 시내에서 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크노소스 궁전에는 기원전 2000년께 화려하게 꽃피웠던 미노아 문명의 흔적과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의 전설이 동시에 살아 숨 쉰다.
크레타의 진주라고 불리는 하니아도 빼놓을 수 없다. 아름다운 등대가 있는 베네치아 항구의 풍경은 그리스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항구 뒤편으로 펼쳐진 고풍스러운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마치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마저 든다. 서부 크레타는 천혜의 자연과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해변으로 명성이 높다. 유럽에서 가장 긴 사마리아 협곡, 신비로운 지형과 옥빛 물색으로 유명한 발로스 라군, 분홍색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엘라포니시가 대표적이다.
자킨토스=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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