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총선 사령탑 '경제 프레임 전쟁' 시작'
'경제민주화' 정면 충돌
강봉균 "기업 성장동력에 투자…정부가 적극 도와줘야"
김종인 "기득권층 독점 해소로 중소기업·자영업자 살려야"
복지 해법도 시각차
강봉균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김종인 "복지가 성장 뒷받침할 수 있어"
[ 유승호 기자 ]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8일 “경제민주화를 한다고 대기업에 족쇄를 채워 이것도 저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경제가 살아나겠느냐”며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4·13 총선 공천자대회에서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주체는 기업이고 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자하려고 고심하는 기업을 도와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정책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그는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보편적 복지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라며 기초연금 인상 등을 공약한 더민주를 비판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경제민주화 화두를 거듭 부각시켰다. 김 대표는 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 “한국 경제는 거대 기업, 거대 금융이 독식해 10%도 되지 않는 자들이 90%의 기회를 박탈하는 절망적 상황”이라며 “10% 기득권층의 독점적 상태를 해소해 90%를 살려내는 기회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번 총선은 지난 8년간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무능에 대한 심판”이라며 “경제민주화는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여야 총선 사령탑 간 정책 대결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김 대표는 청년 실업, 양극화, 가계부채 등이 한국 경제의 시급한 현안이라는 점에는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지만 해법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였다.
◆투자 활성화 vs 경제민주화
강 위원장은 “청년에게 일자리를 주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는 일자리 창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기업 투자가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강 위원장은 “대기업의 발목을 잡으면 벤처기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또 “금융회사들이 구조조정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비해 김 대표의 청년실업 해법은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성장하도록 해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정원을 늘리고 공공기관이 시행 중인 청년 고용의무할당제를 일부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김 대표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 확대와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 강화 등의 공약을 내놓은 게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강 위원장은 소상공인을 위한 창업·경영 컨설팅 강화와 서민금융 활성화를 통한 자금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계부채에 대한 해법도 다르다. 강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1200조원이 넘었다고 하지만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가계부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은 주택담보대출을 20여년에 걸쳐 갚도록 한다”며 “장기 상환 구조로 가면 가계부채의 뇌관을 뽑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그는 “가계부채 1200조원 중 400조원 정도는 상환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원금이 1000만원 이하이면서 연체된 지 10년이 넘은 채무는 탕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복지 정책과 관련, 강 위원장은 저소득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를 제시한다. 강 위원장은 “더민주는 기초연금을 하위 70%에 똑같이 30만원씩 주자고 하는데 노후대책이 있는 사람에게 돈을 더 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노후대책이 없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돈을 쓰더라도 복지가 필요하고 절실한 계층에 더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대표는 경우에 따라 일부 중산층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만 65세 이상 국민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10만~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복지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며 “복지가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과 김 대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양극화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 강 위원장은 “동일노동을 하는 경우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임금이 최저생계비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 생활임금제 확대 등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임금 상승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근로장려세제로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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