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보다 가격 낮아져…저장탱크 보급으로 가정용 수요 늘어
유가 속락에 LPG값도 하락…가정·상업용 소비 12% 늘어
농·어촌에 저장탱크 보급…사용상 불편·안전문제 개선
SK가스·E1 등 수입사들…상업용 수요확대 총력전
[ 송종현 기자 ] 액화천연가스(LNG) 등 경쟁 연료에 밀려 ‘찬밥 신세’로 전락한 가정·상업용 액화석유가스(LPG)가 부활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커진 가운데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어촌 지역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있다.
◆반등한 가정·상업용 LPG 판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가정·상업용 LPG 소비량(프로판+부탄)은 총 160만4873t으로, 전년(143만1715t)보다 12.0% 늘어났다. 가정·상업용, 수송용, 산업용, 석유화학용 등 네 가지로 구분하는 LPG 용도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체 LPG 소비량은 2014년(783만5606t)보다 1.2% 감소한 774만722t을 나타냈다.
전체 LPG 소비는 2009년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연구원에 따르면 석탄, 천연가스 등 1차 에너지원 가운데 LP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이후 4%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2009년에 4.6%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하락해 2014년엔 3.3%로 떨어졌다.
LPG 점유율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정·상업용과 수송용이 각각 LNG와 경유에 밀렸기 때문이다. SK가스 관계자는 “도심 노후 주택가에서 많이 사용하던 가정·상업용 LPG는 이들 지역이 재개발되면서 대부분 LNG로 교체됐다”고 말했다.
◆값싸고, 안전하고, 편리해져
작년에 가정·상업용 LPG 소비량이 반등한 데에는 편리하고, 안전하게 LPG를 사용할 수 있는 설비가 도입되면서 새 수요처가 생긴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70~100가구 규모의 농·어촌 마을이 대표적이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이들 지역은 1~2년 전까지만 해도 20㎏짜리 회색 가스통을 배달받아 LPG를 쓰거나, 등유를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LPG업계가 LPG를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저장탱크와 금속 배관망을 설치하면서 LPG 소비가 늘어났다.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을 위해 LPG업계가 출연한 ‘LPG희망기금’을 재원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2014년부터 본격 시작한 ‘마을단위 LPG 배관망 사업’에는 작년 말까지 총 53개 마을이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LPG 가격은 경쟁연료보다 싸졌다. 올 3월 첫째주(2~4일) 기준 배관망을 통해 공급되는 LPG의 메가줄(MJ)당 가격은 16.45원으로, LNG 가격(18.18원)과 실내 등유값(20.47원)보다 쌌다.
○새 수요 발굴 나선 업계
SK가스, E1 등 LPG 수입사들은 가정·상업용에서 시작된 수요 반등을 다른 용도로도 확산시키기 위한 총력전을 시작했다. 우선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국내 LPG 가격을 LNG 등 경쟁연료보다 낮은 수준으로 최대한 오래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고시하는 국제 LPG 가격(CP)도 지난달에 프로판과 부탄이 각각 전달보다 t당 5달러 올랐다. 아직 4월 CP는 고시되지 않았지만, 유가 상승 추세를 감안했을 때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산업부가 마을 단위 LPG 배관망 사업을 3000가구 안팎 규모 군(郡) 단위로 확대키로 한 데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 강원 화천, 경북 청송, 전남 진도 등 3개 군 단위 지역을 대상으로 LPG 배관망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비(非)가정·상업용 LPG 수요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SK가스는 울산에 짓고 있는 프로판탈수소화(PDH) 공장 건설공사를 이달에 마무리짓고 곧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SK가스 울산 PDH 공장은 연간 70만t의 프로판을 사용해 60만t의 프로필렌을 생산할 예정이다.
대한LPG협회는 르노삼성자동차와 공동으로 작고 가벼운 도넛 형태의 LPG 가스통을 개발해 작년 르노삼성차의 SM5, SM7에 잇따라 장착했다. 업계는 연내에 도넛 용기를 탑재한 LPG 차량을 추가로 선보이기 위해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등을 대상으로 물밑 협상을 펼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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