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노동력 부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전망과 정책적 함의’라는 이 보고서는 노동수요가 최대일 때를 기준으로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추산한 결과 노동력이 2024년부터 모자라기 시작해 2060년엔 900만명 이상이나 부족해진다고 분석했다.
놀라운 반전이다. 지금 일자리 부족이 이렇게 심각한데 10년도 안 돼 반대로 노동 공급이 모자란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과대추산…그럼 실업 끝인가
인구 전망은 종종 당혹스럽다. 어떤 전제를 두느냐에 따라 편차가 너무 큰 탓이다. 통계청의 원천 자료부터 그렇다. 최신 자료인 2011년 장래인구 추계는 출생률, 사망률, 국제이동 등 3개 요인의 수준에 따라 고위·중위·저위 가정으로 나눠 추정한 것이다. 그 결과 총인구는 2060년 최상위 수치와 최하위 수치 간 격차가 무려 2000만명이 넘는다(고위 5478만명, 저위 3446만명). 2030년에도 800만명 차이가 난다. 2060년 생산가능인구 역시 최대 격차가 970만명에 달 磯? 2006년 조사 결과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총인구 정점 시기만 해도 2006년 전망 땐 2018년 4934만명이었지만 2011년엔 2030년 5216만명(중위 기준)이다. 이는 추산이 엉터리라기보다 절대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2060년 총인구 전망치가 2000만명, 생산가능인구는 1000만명이나 차이 나는 판인데 노동력 부족이 900만명이라고 숫자까지 콕 집어 주장하니 무슨 셈법인지 알 수 없다. 과대 추산에다 왜곡의 소지마저 있다. ‘인구 절벽’으로 실업이 일거에 해소될 것 같은 인상을 주기에 그렇다. 더욱이 전제부터 잘못됐다. 최대한의 고용을 전제했지만 이런 고용을 수십년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대한의 고용과 대량의 공급 부족이란 이상한 시장의 불균형이 그렇게 오래갈 리도 없다. 노동시장의 수급은 절대 인구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다. 총인구가 줄더라도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신규 시장 참여자가 늘면 노동력 공급은 증가한다.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이기만 해도 생산가능인구가 급증할 것이다. 외국인 인력도 유입된다. 산업구조 변화 역시 큰 변수다. 1970년대만 해도 인터넷이 등장해 스마트폰 등으로 발전하면서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생길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부족한 것은 일자리다
인구학적 분석이라고 해서 노동 수요를 빼고 공급 측면만으로 수급을 거론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주장만큼이나 오도된 결과를 부를 수 있다. 국책기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인구학자들은 사회가 대응하기 때문에 추정치는 통상 실제화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노동력이 아니라 일자리다. 한국보다 한참 앞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유럽은 지금도 일자리 부족으로 고심한다. 일자리는 만들기는커녕 유지하기도 힘든 것이다. 정부가 고용률 70%를 목표로 정해 그토록 애를 쓰지만, 1%포인트 올리기가 힘겹다. 일자리 문제가 고용노동부만의 일일 수는 없다. 국책기관이 남 얘기하듯 힘 빼는 소리나 해서야 되겠나.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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