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고 막내가 회의 진행…LG의 개방형 혁신 실험

입력 2016-03-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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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은 기자 ]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직원 두 명이 단상에 올랐다. 한 직원이 입을 열었다. “여자친구에게서 ‘오빠, 나 요즘 어떤 것 같아?’라는 질문을 받은 남성이 있습니다. 지금 이 남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읽기 위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합니다.”

30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연구개발(R&D)캠퍼스에서 열린 ‘빅데이터 콘퍼런스’의 한 장면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업부장의 연설이나 인사말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기업 콘퍼런스와 달랐다. 20~30대 실무진이 진행했다.

이 행사는 LG전자의 첫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실험이다. LG전자 클라우드센터가 주도했다. 클라우드센터에선 지난해 9월부터 직원들에게 빅데이터의 중요성과 활용 방식을 알려줄 방법으로 콘퍼런스를 기획했다. 하지만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민 끝에 형식을 파괴한 콘퍼런스를 기획하기로 했다.

최성호 LG전자 클라우드센터장(전무)은 “직원들이 정보를 자유롭게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목표”라며 “격의 없는 소통 문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원의 소개나 인사말을 과감히 없앴다. 대신 클라우드센터 직원 20여명 중 막내인 최유경 대리(27)와 허리 격인 조봉수 부장(35)이 기조연설을 맡았다. 빅데이터 기술을 사업에 적용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참석자의 관심을 이끌었다.

LG전자는 최근 임직원 간 격의 없는 소통 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인사최고책임자와 임직원 간 실시간 소통 창구인 ‘우리 틉시다’ 메뉴를 개설했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내용을 검토한 뒤 실제 적용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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