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 초코파이 '실종사건'

입력 2016-03-31 17:34  

히트상품 Why?
3주 만에 1000만개 판매…"어디서 파나요" 품귀현상

오리온, 3년간 맛 테스트
딸기·헤이즐넛 시제품도 "초코맛 살리는 바나나로"

SNS에 판매처·조리법 공유…하루 1000건씩 글 올라와



[ 강진규 기자 ] “초코파이 바나나 사려고 슈퍼마켓을 네 군데째 돌고 있는데 아직 못 구했습니다. 허니버터칩 구하러 다닐 때가 생각나네요.”

오리온이 3월 초 내놓은 ‘초코파이 바나나’(사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사이에서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슈퍼와 편의점, 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진열하자마자 동나는 등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초코파이 바나나 판매처를 공유하는 글이 퍼지고 있다. 개인 인터넷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관련 게시글이 하루에 1000건 이상 올라오는 등 과거 ‘허니버터칩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 오리온의 설명이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42년 만에 출시한 초코파이의 자매제품이다. 지난 7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오리온에 따르면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고, 매출은 30억원을 넘어섰다.

윤현호 오리온 팀장은 “초코파이 바나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요 유통채널에서 품절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1974년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처음 출시했을 때 전국 도매상이 오리온 공장에 찾아와 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초코파이를 그대로 가져간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3년에 걸쳐 진행한 맛 테스트가 축적돼 최적의 배합을 찾은 것을 성공의 비결로 꼽는다. 오리온은 2013년 초코파이 신제품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20년 이상 초코파이 생산을 담당해온 파이팀장을 중심으로 10여명의 초코파이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맛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바나나와 최종까지 경쟁했던 재료는 딸기와 헤이즐넛이다. 딸기는 최근 몇 년간 디저트업계를 이끈 재료였고, 헤이즐넛은 필수 기호품으로 자리 잡은 커피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논의 끝에 바나나를 선택한 것은 초콜릿 파이 부분과의 조화 때문이다. 윤 팀장은 “기존 초콜릿 파이 부분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재료가 바나나였다”며 “최근 초콜릿과 바나나를 활용한 디저트 메뉴가 젊은 층 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고 제품의 맛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개발한 ‘색다르게 먹는 방법’이 화제를 모은 것도 품귀 현상이 발생한 이유로 꼽힌다. 사진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는 초코파이 바나나를 전자레인지에 20초간 돌려 먹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초콜릿과 바나나크림이 녹아 바나나 푸딩이나 수플레처럼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다.

오리온이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해 ‘품귀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초에 생산량이 적어 조금만 판매돼도 품절 사태가 빚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신제품은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초도 생산물량의 판매 추이를 보면서 생산 계획을 정한다”며 “초코파이 바나나도 일반적인 수준의 초도물량을 생산했으며 공장 라인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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