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적용 후 44곳으로 확대
[ 이호기 기자 ]
스마트폰과 연결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니 눈앞에 창고 내부가 나타났다. 해외 현지에서 근무하는 창고 관리 직원들의 아바타도 보였다. 각종 제품을 실은 컨테이너가 빼곡히 쌓여 있고, 눈길을 돌리면 각 컨테이너의 입고 시기, 제품명과 코드번호 등 정보가 팝업창으로 떴다.
김형태 삼성SDS SL사업부장(부사장)은 31일 서울 잠실 본사에서 ‘첼로 콘퍼런스 2016’ 행사를 열고 이처럼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물류 창고를 VR로 보여주는 ‘첼로 VWS’ 솔루션을 선보였다. 첼로는 삼성SDS의 물류 정보기술(IT) 플랫폼의 브랜드명이고 VWS는 ‘버추얼 웨어하우스(가상 창고) 시스템’의 약자다.
삼성SDS가 4개월 만에 개발한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본사 직원이 물류 센터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창고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광훈 삼성SDS 첼로개발그룹 책임컨설턴트는 “기존에는 창고 개편 작업이 필요할 때 현지에서 채용된 관리 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본사 직원이 출장을 가야 했다”면서 “첼로 VWS를 활용하면 서울 본사에서도 VR 공간에 들어가 현지 인력과의 협업으로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첼로 VWS는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기능도 지원해 실제 현지에 있는 것처럼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장점이다. 휴대폰처럼 가볍고 빈번하게 입출고가 이뤄지는 화물은 붉은 색깔로 표시되고 대형 TV처럼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컨테이너는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입출고 빈도수가 무지개 스펙트럼으로 표현돼 재고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성SDS는 운영 중인 28개국, 44개 물류 거점 가운데 일단 말레이시아 물류 센터에 첼로 VWS를 시범 적용한 뒤 전체 거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SDS는 자체 개발한 첼로 VWS에 대해 한국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특허도 출원하기로 했다.
삼성SDS는 이날 개방형 물류 플랫폼인 ‘첼로 스퀘어’에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송 서비스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시된 첼로 스퀘어는 해운·항공사 등 물류 기업과 화물주가 참여해 세계 각지의 운항 정보와 가격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이번에 나온 특송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 내에서 운송 계약 체결과 대금 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2011년부터 물류 사업에 뛰어든 삼성SDS는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관계사 위주로 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012년 관련 매출은 6276억원에 불과했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2조6060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까지 7조~8조원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김 부사장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도 물류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삼성SDS의 앞선 기술력과 솔루션으로 해외 시장에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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