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보없는 사람…대표로서 마음 비운지 오래"
[ 홍영식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1일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계보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유세현장에서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나를 특정 계파 수장으로 언급하는데, 대표로서 마음을 비운 지 오래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신이 비(非)박근혜계 수장으로 불리는 데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이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4·13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이기재 서울 양천갑 후보 지원 유세장 인근 카페에서 이뤄졌다. 언론사와 단독 인터뷰를 피해 온 김 대표는 당내 공천 및 계파 갈등, 자신이 추진해 온 상향식 공천 취지, 야권 연대 등에 대한 속내를 소상하게 털어놨다.
김 대표는 친박과 비박 갈등에 대해 “내가 계보 수장 역할을 하려 했다면 총선 국면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옆에 앉아 있는 이 후보를 가리키며 “이 후보가 여기 있지만 나는 잘 모른다. 전화 한 번 안 했다”며 “내가 비박계 수장이라면 전화해서 이리(비박계)로 오라고 하고, 격려하는 등 ‘한 자락’ 깔았을 텐데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30일 대구를 찾아 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당내 계파 갈등은 봉합됐다”고 했지만 앙금은 가시지 않은 듯했다. 계파 갈등 치유 방안을 묻자 “갈등을 유발한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지만 구체적인 답은 피했다. “주변에서 나보고 자꾸 (준비)하라고 한다”는 정도로 넘어갔다. 하루 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통령감이 잘 안 보인다”며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유일하게 거론한 것에 대해선 “지지율이 제일 높아서…”라고 했다.
공천 갈등 질문에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면서도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총선 후 대표직을 사퇴키로 한 것에 대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 상향식 국민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또 공천 과정에서 당이 많은 진통을 겪었다. 조직의 수장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게 도리”라고 했다.
모든 지역구에서 상향식 공천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고 이기기 위해 공천해야 한다”며 “중앙당에서 공천을 두고 ‘내 몫이다, 네 몫이다’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 주민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쉬운 방법을 두고 왜 가장 어려운 길을 가려고 했는지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고 거듭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또 “인위적으로 중앙당에서 물갈이하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라며 “자기 사람 심는 데 악용된다. 총선 때마다 50% 정도 물갈이했지만 우리 정치는 발전하지 못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내 사람을 심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왜 공관위원장이…”라고 다시 한 번 이 위원장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당 후보 결정 과정에서 87%가량 경선이 시행됐는데, 공천 부탁하러 대표에게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 잘 보완하면 상향식 공천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진박(眞朴:진실한 친박) 후보들의 공천안을 추인하지 않고 부산으로 내려가 영도다리에서 고뇌하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영도다리 위에서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를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됐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엄숙히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 민주주의 확립이라는 목표가 허물어졌을 때 내 심정이 어떠했겠느냐. 내 지역구(부산 중·영도) 선거사무소 밖 현수막에 ‘오직 국민만 두려워하겠습니다’고 썼다. 그 생각을 했다. 끝까지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야권이 후보별 연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대해 북한과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했는데, 그렇다면 문 전 대표는 북한에 항복하겠다는 것인지 답변해달라”고 공세를 취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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