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김익환 기자) 1998년 금융위기 당시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습니다. 당시 재계 1위였던 현대그룹마저도 살길을 찾아 고군분투할 정도였습니다. 현대증권은 당시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이 회사가 내놓은 ‘바이코리아 펀드’는 당시 폭락하던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담으며 주가를 떠받쳤습니다.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현대증권의 빚을 진 것은 현대그룹 뿐만이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대기업 상당수는 부채비율이 500~1000%에 달했습니다. 정부는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은행 돈줄이 막힌 대기업들은 당시 달아오른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확충하며 부채비율을 끌어내렸습니다. 바이코리아 펀드가 대기업 주식을 싹쓸이한 덕분이죠.이런 까닭에 현대증권이 당시 재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바이코리아 펀드를 기획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나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게 한 애국자”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현대증권은 그룹이 어려울 때마다 시장의 매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익치 전 회장은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던 2000년에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과 투신운용을 묶어 미국 AIG그룹에 10억달러에 매각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당시 현대증권은 5000억원에 매각할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됩니다. 현대상선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현대증권을 지난해 일본 오릭스그룹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진성매각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 계약은 또 파기됩니다.
다시 매물로 등장한 현대증권의 인수 우선협상자 KB금융지주가 선정됐습니다. 매각금액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시가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죠. 이 가격대로 팔린다면 현대상선도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결별을 앞두고 현대그룹에 마지막 선물도 남겼습니다. 이 회사 2015년 기말배당으로 1099억원을 결정한 것입니다. 이전에는 현대상선의 회사채를 인수해주는 방식으로 모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에도 나서기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모그룹에 아낌없이 지원한 현대증권이 새주인을 찾아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끝) /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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