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슈머(modisumer·표준방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소비자)들이 2조원대 라면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별종' '매니아' 등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로 분류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업체들이 이들의 성향을 참고해 신상품에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F&B와 팔도가 합작해 지난달 30일 내놓은 '동원참치라면'은 이들 모디슈머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해 만든 제품이다. 라면 생산은 팔도가, 라면용 참치는 동원F&B가 가다랑어 참치를 이용해 제조했다. 유통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맡아 PB(자사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라면과 참치를 섞어서 먹는 조리법(레시피)이 이미 알려져 있었다"며 "때마침 '국민식품' 중 하나인 라면과 참치 제품을 조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준비 중이었던 상태여서 출시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라면업계에서 모디슈머란 단어가 주류로 떠오른 건 2013년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 때지만, 2011년 당시 빨간 국물 일색이던 라면 시장에 하얀 국물 돌풍을 일으킨 팔도의 '꼬꼬면'이 원조격으로 꼽힌다. 지상파 모 방송에서 한 개그맨이 조리법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라면의 인기로 삼양의 나가사끼짬뽕, 오뚜기의 기스면 등 유사품이 연달아 출시됐다.
모디슈머의 힘은 2013년 '짜파구리' 때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어디가'를 통해 한 연예인이 농심의 짜장라면인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품을 혼합한 레시피를 선보이면서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짜파구리 열풍에 짜파게티는 부동의 라면시장 1위 신라면을 제치고 2013년 상반기 판매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짜파구리 인기로 2013년 라면시장 규모는 2조1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의 벽을 돌파하기도 했다.
2014년 삼양에서 내놓은 '불닭볶음면'은 오로지 모디슈머들의 활약에 급성장한 경우다. 2012년 나왔던 불닭볶음면은 출시 초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강한 매운 맛 덕에 '치즈와 섞어 먹으면 좋은 라면' '삼각김밥과 같이 먹으면 좋은 라면'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4년 라면시장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상황에서 홀로 70% 넘는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신라면을 제치고 그해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능동형 소비자인 모디슈머들이 대거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지난해에는 제조사들이 다양해진 고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1500원대 프리미엄급 라면을 대거 출시했다. 짜파게티 일색이었던 짜장라면 시장에 농심 '짜왕', 오뚜기 '진짜장', 팔도 '팔도짜장면', 삼양 '갓짜장' 등이 등장했다. 짬뽕라면 시장 역시 '진짬뽕' '맛짬뽕' '불짬뽕' '갓짬뽕' '꽃게짬 ?#39; 등이 얼굴을 내밀었다.
2013년 전체 시장규모 2조원대를 돌파한 이후 2014년 주춤했던 라면시장은 지난해 프리미엄급 라면 돌풍으로 다시 2조원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올해는 업체들이 아예 모디슈머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동원참치라면'과 '고추참치라면'에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삼양이 '치즈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불닭볶음면에 치즈를 얹어 먹는 기호를 아예 제품화했다. 팔도는 소비자들이 비빔면에 골뱅이와 참치를 섞어 먹는다는 점에 착안, 양을 늘린 비빔면을 내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2013년 짜파구리 열풍 때 모디슈머들의 취향이 전체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며 "기존 조리법을 따르지 않는 능동형 소비자들 때문에 올해도 업체들이 다양한 형태의 라면들을 개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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