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일반인 한 무대에 세웠다…달라진 '음악예능' 승자는

입력 2016-04-01 19:07  

음악 예능프로그램의 진화
SBS '보컬전쟁-신의 목소리', 가수-일반인 노래 대결 펼쳐

MBC '듀엣가요제'
SBS '판타스틱 듀오'
가수-일반인 팀 꾸려 경연



[ 선한결 기자 ]
그간 음악 예능프로그램은 크게 두 종류였다. 하나는 가수나 뮤지컬 배우 등 ‘프로 노래꾼’이 벌이는 경연이다. KBS ‘불후의 명곡’, MBC ‘복면가왕’ 등이 그런 경우다. 또 하나는 SBS ‘K팝스타’, MBC ‘위대한 탄생’,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처럼 일반인 지원자가 오디션을 치르는 형식이다.

이런 음악 예능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다. 각자 다른 무대에 섰던 일반인과 전문 가수를 한데 모은 음악 예능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영을 시작한 SBS ‘보컬전쟁-신의 목소리’는 아마추어 일반인과 프로 가수 간 노래 대결이다. 노래 도전권을 받은 일반인이 가수를 지목하고 그 가수의 노래를 부른다. 지목된 가수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새 노래를 연습해 대결에 나선다. 아마추어는 노래 실력을, 기성 가수는 노련함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다.

오는 8일에는 MBC가 ‘듀엣가요제’를 처음 방송한다. 일반인과 가수가 함께 팀을 짜 경연을 펼친다. 가수가 일반인 파트너를 선택하고, 매주 경연에서 1등을 한 팀만 다시 무대에 서는 식이다. 경연 외에 협업 과정도 비중 있게 조명한다. 일반인의 무대 도전기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17일 시작하는 SBS ‘판타스틱 듀오’도 비슷하다. 가수가 팬을 스튜디오에 초대해 함께 듀엣 무대를 꾸미는 형식이다. 아이돌그룹 엑소, 조성모, 이선희, 임창정 등의 출연이 예정돼 있다.

시청률 잡기엔 편리한 형식이다. 일반인 출연자가 주는 신선함과 감동을 유지하면서 유명한 가수를 내세워 안정적인 인기를 확보할 수 있다. 매번 사연이 다른 참가자가 나오기 때문에 프로그램 내용이 다채로워지는 것도 장점이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세 프로그램 모두 지난 1월 설 연휴에 방송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했다. 이 중 듀엣가요제는 지난해 추석특집으로도 방송했다. 기시감이 있어 참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파일럿 방영 때 11.3%를 기록했던 ‘신의 목소리’의 시청률은 정규 편성된 30일 4.6%로 떨어졌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으로 생긴다는 것도 문제다. 가수 성시경은 ‘신의 목소리’와 ‘듀엣가요제’ MC를 동시에 맡는다. 가창력이 뛰어난 몇몇 가수는 기존 음악 경연프로그램과 겹치기 출연이 예정돼 있다. ‘듀엣가요제’에 나오는 아이돌그룹 f⒳의 루나, EXID의 솔지, 노을의 강균성 등은 모두 ‘복면가왕’에 나온 적이 있다.

몇몇 유명한 곡을 되풀이하는 레퍼토리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노래 경연에선 고음부가 길어 목청을 자랑하기 쉬운 곡이 인기다. 이미 몇몇 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골’로 통한다. 한 가지를 계속 우려먹는다는 뜻이다.

제작진은 차별화를 위해 각 프로그램만의 색깔을 살릴 계획이다. ‘신의 목소리’ 연출을 맡은 박상혁 PD는 지난달 28일 제작발표회에서 “프로 가수가 일반인에게 도전권을 주고, 일반인은 가수를 지목해 과제 곡을 주는 ‘갑을 역전 현상’이 재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듀엣가요제’의 강성아 PD는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대를 꿈꾸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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