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테헤란의 이란 국영은행 지하엔
옛 왕정의 유물 전시한 '국가보물창고'
3380개 다이아 박힌 '왕 중의 왕' 왕관도
이슬람권의 맹주 이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부터였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페르시아 왕국’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증을 넘어 환상으로 자리하면서 아련한 전생의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이란은 그저 이슬람혁명을 주도한 ‘호메이니’ 등 강경분자들로 인해 서방세계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조금은 고집불통이고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되고 있을 때였다. 그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대부분 “괜찮은 거야?” “좀 위험하지 않을까?” 하며 걱정했다.
지금은 한국과 이란을 잇는 직항편까지 생긴다고 하니 마음만 먹으면 페르시아 왕국의 체취를 맡으며 꿈을 꾸어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업을 위해서나 끼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여전히 그곳에 가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위험한 나라라고 생각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네 번 이란 여행을 해 봤지만 그런 징후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문화를 만나게 된다면 그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이 되지 않겠는가.
팔레비 왕조의 보물창고를 찾아라
이란 전역에 걸쳐 있는 전통 바자르들은 아직도 옛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어 여행자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수도 테헤란의 ‘올드 바자르’ 또한 지방의 토속적인 분위기보다는 다소 못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여정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처음 왔을 때도 히잡 문제로 공항에서부터 곤욕을 치른 터라 당장 차도르를 사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 턱수염에 이목구비가 부리부리한 남정네들, 검은색 히잡의 여성들 사이를 다니다 보면 비로소 먼 곳에 있는 페르시아의 땅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테헤란은 너무도 복잡하고 어정쩡한 분위기로 매력적인 곳이 못돼서 빨리 지방으로 떠나고 싶게 한다. 하지만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페르시아의 고대사를 살펴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 호메이니 생가와 그의 무덤이 있는 모스크, 카펫 박물관….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옛 왕정 시절의 온갖 보물들이 있는 박물관이다. 이름하여 ‘국가보물창고(Treasury of National Jewels)’다. 이곳은 이란 국영은행(Bank Melli Iran) 건물 지하에 있는 특별실인데, 입장료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고 아무 짐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그리 넓지 않은 보물창고 내부 ?외국인 관광객들로 꽉 차 있다. 진열대에 전시돼 있는 것들은 주로 각종 칼과 왕관, 장신구들이다. 황금,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등이 빽빽하게 박혀 있어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왕 중의 왕’이라는 왕관이다. 1926년 팔레비 왕의 부친인 레자 샤 국왕이 대관식 때 썼던 것이다. 60캐럿이나 되는 노란 다이아몬드가 중앙에 박혀 있고, 그 주위를 무려 3380개의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으로 장식해 호화롭기 그지없다. 좀 더 가까이 보려고 진열대에 바짝 붙었더니 갑자기 경고음이 울렸고, 경비원이 금방 달려왔다. 온 시선이 집중되고 제지를 받으니 멋쩍을 수밖에….
박하선 여행작가 hotsunny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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