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한 배 탄 동반자"…대기업·협력사 '더 깊어진 상생'

입력 2016-04-04 17:46  

[ 도병욱 기자 ]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다. 세계 경기 침체와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적자를 내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올해 사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여전히 ‘겨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결과에 따르면 이달 종합경기 전망치는 95.7로 기준선인 100을 하회했다. BSI 전망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상생활동을 하는 기업들의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협력사들과 손을 잡고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협력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사회와 손을 잡고 어려운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기업들도 있다.

협력사 지원 강화하는 대기업

전국경제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 30대그룹이 협쨩潁?지원한 규모는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1조5942억원에서 2014년에는 1조6844억원으로 5.7% 늘었다. 지난해엔 4.9% 늘어난 1조7670억원으로 집계됐다. 규모는 판매 및 구매 지원(5908억원)이 가장 컸고, 생산성 향상 지원(4640억원), 연구개발(R&D) 지원(3949억원), 보증대출 지원(2532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R&D 지원 규모가 가장 컸다. 2014년과 비교해 35.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판로 지원은 전년 대비 14.1%, 인력양성 지원은 12.3% 증가했다. 배명한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은 “R&D 및 해외판로 개척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협력사의 기술개발과 부품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해지는 상생협력 사례

개별 기업의 상생 사례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부품업체인 A사에 상생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동시에 삼성전자 소속 엔지니어들이 A사의 기술개발에 협력했다. 그 결과 A사는 2014년 국내 최초로 쿼츠웨어 표면처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전량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력사 기술개발 지원을 위한 신기술 전시 및 세미나 개최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을 개최해 협력사의 신기술을 널리 알리고 다른 협력사들과 기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협력사 R&D 인력들이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신차 개발 초기부터 업무를 공동 수행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부품 품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LG그룹은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바이오와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기업에 105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만 101개 중소기업을 지원했는데, 해당 기업의 총매출은 약 400억원 증가했다.

SK그룹은 협력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위해 ‘동반성장 CEO 세미나’를 매년 열고 있다. 협력업체 CEO들에게 경영전략과 재무, 마케팅, 리더십 등 기업경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교육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5500여명이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협력회사와 상생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협력사의 경쟁력이 곧 대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협력사 지원 규모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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