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과는 국내 대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부서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집단 소유 구조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법 위반 기업을 제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집단과가 휘슬을 불면 국내 굴지 대기업집단들의 소유 구조도 요동친다.
올해 기업집단과의 주요 작품 중 하나가 셀트리온 카카오 하림 등의 대기업집단 지정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기업집단과의 모든 직원들이 밤낮없이 매달려 이뤄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공정위 안팎의 분위기는 직원들의 기대를 벗어났다. 격려는 없고 비판만 쏟아지고 있다.
2008년 7월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자산 5조원)이 비판의 초점이다.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1104조원에서 2015년 1559조원으로 41.0% 급증했지만 지정 기준은 9년째 방치돼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은 2008년 41곳에서 2016년 65곳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셀트리온 카카오 등 벤처기업들은 ‘경영 활동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국내 경제 규모와 규제 대상 대기업집단 수를 감안한다’는 공정위의 공식 입장은 공허할 뿐이다.
‘5조원’이란 숫자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5조원은 어떻게 정해진 것이냐”는 질문에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요구나 정치권의 움직임, 여론 등 사회 여건을 반영한다”고 답했다. ‘지정 기준 변경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대해선 “근거를 만들기가 힘들고 법 체계를 고려할 때 만들 수도 없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주먹구구’식 지정 기준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미온적인 대처엔 이유가 있다. 재계 요구대로 대기업집단 기준을 10조원으로 올리면 65개 중 28개 기업집단이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난다. 곧바로 “경제민주화 주무부처인데 기업을 봐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상 유지’는 곤란하다. 지금이라도 지정 기준을 합리화해야 한다. 벌써부터 카카오는 인터넷은행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정수 경제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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