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6조 걸린 '바이오 특허장벽' 정면돌파"

입력 2016-04-04 18:14  

세계 10위 미국 애브비 상대로 특허 무효소송

글로벌 오리지널 개발사들, 항체의약품 특허 연장으로
후발주자 시장 진입 막기

삼성, 선제적 특허 소송…"경쟁 업체에 기술 앞서"



[ 김형호 기자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바이오제약사 애브비를 상대로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은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시장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에서다.

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서는 원조의약품(오리지널) 개발사의 특허장벽을 넘는 게 최대 과제일 수밖에 없다. 2012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지 4년 만에 2개 제품의 유럽 허가를 통과하는 등 단기간에 축적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이번 특허소송을 낸 배경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원조의약품 개발사들이 만료가 되는 항체의약품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특허장벽을 쌓아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며 “공세적인 특허소송으로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 의약품 특허 도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 중인 5개의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4개 제품의 원조의약품 특허가 미국 또는 유럽에서 아직 유효하다. 이들 특허를 무력화하지 않으면 시장 진입조차 장담하기 쉽지 않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애브비를 첫 특허무효소송 대상으로 정조준한 것은 앞으로 원조의약품 개발사들과의 적극적인 특허소송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브비가 특허를 갖고 있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3상을 마무리하는 등 개발에서 경쟁업체보다 앞서 있어 소송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애브비는 그동안 시밀러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특허연장 전략을 구사해왔다. 휴미라의 유럽 내 물질 특허는 2018년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애브비는 최근 적응증과 투여방법까지 특허로 등록, 특허 종료 시점을 2022년까지 연장해 논란을 낳았다. 휴미라는 지난해 약 16조원이 팔린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다.

지난해 애브비 전체 매출의 61%가량이 휴미라 한 품목에서 나왔다. 애브비 등 원조 의약품 개발사들이 특허 연장에 목을 매는 이유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업체로서는 적극적인 특허무효소송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활 건 항체의약품 특허 혈투

류머티즘관절염 등 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항체의약품은 비싼 편이다. 지난해 세계에서 매출이 높은 의약품 10개 중 5개가 항체의약품이었다. 1회 투여비용은 600~1000달러에 달한다. 휴미라 엠브렐 레미케이드 란투스 허셉틴 등 5개 항체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조원을 넘었다.

최근 수년간 급성장세를 보인 항체의약품을 둘러싼 특허전쟁은 2014년부터 예고됐다. 2014년을 전후해 유럽과 미국에서 레미케이드 등 블록버스터급 항체의약품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다.

대형 의약품의 무더기 특허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항체의약품 특허분쟁이 국적을 떠나 격화되는 추세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사뿐 아니라 화이자 노바티스 암젠 등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개발사도 원조 의약품 개발사와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항체의약품 원조 개발사끼리 분쟁을 겪는 사례도 등장했다. 엔브렐 개발사인 미국 1위 바이오기업인 암젠은 애브비를 상대로 휴미라의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암젠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허 만료 후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 가격이 50~70%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원조 개발사와 시밀러 개발사 간 특허분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각국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펴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우대정책이 특허소송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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