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기자의 시선집중! 이 사람]디벨로퍼 업계의 팜므파탈…원성연 SK D&D상무

입력 2016-04-05 10:05   수정 2016-04-05 14:17

10번째 시행사업, 오피스텔 '강남역 BIEL 106'
브랜드 작명에서 내부 가구까지 꼼꼼하게 선택



[ 김하나 기자 ]그녀의 눈빛은 치명적이다. '어렵다', '안된다', '곤란하다'는 프로젝트를 받아들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부동산 디벨로퍼 업계의 흔치 않은 여성임원. 에스케이디앤디(SK D&D)의 원성연 상무(50·사진)다.

원 상무는 1992년 SK그룹에서 화학회사인 SK케미칼로 입사했다. 24년이 지난 그는 국내 디벨로퍼 중 첫 상장회사인 SK D&D의 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면서 새로운 걸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일에 있어서 누구보다 '독'하다. 입사 동기 중 처음으로 여성임원이 됐다. 주변의 시기와 질투라는 독은 오히려 그에게는 '열정'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강남역 BIEL 106'을 분양하는 모델하우스에서 원 상무를 만났다.

강남역 BIEL 106은 강남대로변에 들어서는 291실의 오피스텔이다. 공동 시행해 위탁하는 한일시멘트의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짓는 오피스텔이다. 시행사로는 드물게 오피스텔 브랜드인 '비엘(BIEL)'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유리천장을 일찌감치 깬 것 같다. 디벨로퍼 업계에서 여성임원으로서 유리한 점은 뭔가?

"부동산이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업종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여성 특유의 유연함과 섬세함이 꼭 필요한 업종이다. 이러한 특수성이 나의 경쟁력이 됐다고 본다. 부동산 개발사업과 조직 구성원들을 이끌어 나가는 데 여성인 점은 큰 힘이 됐다."

▶사업을 추진하는 게 있어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 프로젝트를 선정한다. 안정적인 프로젝트 완결을 위해 통제 가능한 위험성(리스크) 범위 내에서 수익성을 확인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최종 수요자의 니즈(needs)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실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만족할만한 위치에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SK D&D는 그 동안 지식산업센터나 일반 상업용 건물을 주로 시행했었다. 이번엔 오피스텔을 시행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개발 상품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시장의 트렌드와 수요에 맞춰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한다는 원칙은 있다. 법이 개정되거나 규제의 변화가 있을 시에는 이에 따라 프로젝트를 발굴해 개발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디벨로퍼로서 사업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오피스텔(BIEL)이 그 출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회사 자체도 변화의 분기점 아닌가. 지난해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고 주식시장에 상장을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 판교 시대를 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웃음) 국내 부동산개발회사 최초 상장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대외적으로 회사의 위상이 높아졌다. 개발사업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로서 부담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사업을 다각화해 회사와 구성원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니 기대와 흥분을 감출 수 없다."

까칠한 첫 인상과는 다르게 원 상무는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부동산 개발의 매력은 여러 여건이 열악할수록 하나하나 해결하는 맛이 있다는 것. 그는 오피스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임대를 미리 맞춰서 재매각한 바 있다. 나산백화점을 프라임 오피스빌딩 '파로스타워'로 변신시킨 장본인이다. 수송타워에서는 호텔신라를 장기 임차인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토지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에 수의 계약을 체결하는 기지를 보이기도 했다.

큰 손들이나 할 법한 일을 척척 벌이면서도 그는 부동산 개발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적합한 공간인지가 언제가 우선 검토대상이란다. 때문에 분양이나 임차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실제 SK D&D는 한번의 실패 없이 지난 9개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들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한 가운데는 원 상무가 있었다. 회사의 실적도 상승세다. 지난해 SK D&D의 매출액은 2313억원, 영업이익은 268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만 따져봐도 11.5%에 달한다. 열 번째는 어쩌면 흔해 보이는 '강남 오피스텔'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하는 贊걋潔杵?한다.

▶강남대로에 오피스텔을 지을 땅이 아직 있다니. 어떻게 개발을 하게 됐는가?

"강남대로에 오피스텔 지을 땅은 있지만 지주들을 설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동 시행사인 한일시멘트를 만나서 주차장 부지의 활용방법을 고민하다가 오피스텔로 풀게 됐다. 우리(SK D&D)도 직접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했다."

▶오피스텔이 브랜드부터 외관, 내부까지도 기존과는 달라 보인다. 차별화되는 점은?

"신개념 명품 주거 브랜드를 생각하가다 짓게 됐다. 비욘드 리빙(Beyond Living)에서 앞글 자를 땄다. 106은 번지수다. 앞으로 지을 오피스텔마다 번지수를 뒤에 붙이려고 한다. 외부는 벽돌 배치를 활용한 패턴을 사용했다. 포인트 컬라도 적용해 특화된 디자인을 넣었다. 오피스텔 로비는 호텔처럼 구현할 예정이다. 북카페를 조성해 입주민의 휴식 장소도 제공할 계획이다."

원 상무는 회사 내에서 '작명가'로 불린다. SK D&D가 추진해서 이름을 붙인 상품들 대부분이 그가 붙인 이름이어서다. 부동산개발사업을 통칭하는 레드(REDD)는 'Real Estate Development by SK D&D’의 약자다. 레드가 가지고 있는 열정, 패기, 에너지 등의 의미다.

도시형 생활주택이 주로 붙는 큐브(QV)는 ‘Quality Value, Qualified Value’의 약자다. 새로운 공간창조를 통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지식산업센터 브랜드인 W센터는 ‘World Class, Workplace’를 줄였다. 세계 최고 수준을 뜻하는 월드클래스와 무한한 가치를 설계하는 업무공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천장고가 다른 오피스텔 보다 높고 중문이 있는 점도 특이하다.

"설계에 있어서 실거주자의 만족도를 고려했다. 천장고 2.6m로 설계해 공간감과 개방감을 극대화 시켰다. 침실 분리형으로 공간 활용도를 높인 1.5룸을 적용했다. 291실 중 176실이 1.5룸이다. 현관에도 중문이 있어서 소음 차단 기능도 있고 여름이나 겨울에 냉온기를 막는 역할을 한다. 독일의 명품주방가구인 노빌리아를 도입했다. 수납은 물론이고 오랜동안 써도 내구성만큼은 문제 없도록 했다.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다."

천장고를 높이면서 오피스텔은 한 개층을 더 못 올리고 15층에 머물게 됐다. 로비 공간을 활용하면서 호실은 더 줄었다. 자주식 주차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지상의 공개공지도 여유있게 확보했다. 상가는 1층만 배치했다. 많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거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제공하자는 데 한일시멘트와 뜻을 모았다.

원 상무는 모델하우스 유닛에서 일일히 가구를 열었다 닫아보고 구석구석 옵션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소재부터 설계, 배치와 동선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이제서야 디벨로퍼 업계에서 여성이 강점을 지닐 수 있다고 서두를 꺼낸 이유가 이해됐다.

"사실 집에서는 더 바쁘다. 전공이 아닌 일에서 임원까지 하고 있으니 공부할 게 많다. 가족들과 충분히 대화하다보니 큰 문제는 없다. 올해 계획은 딸이 올해 대학에 들어갔으니 이젠 맘 놓고 더 일해보려고 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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