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플러스] 네이버는 '태후앓이' 예견했나…빅데이터에 숨은 주가 비밀

입력 2016-04-05 15:11  

[ 권민경 기자 ]



지난 2월 15일.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아직 방영을 시작하지 않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검색 횟수가 급증했다.

네이버의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만든 '네이버트렌드'를 통한 '태양의 후예' 검색 횟수는 이날 10(통합 검색 횟수를 0~100으로 잡고 환산한 수치)을 기록한 뒤 고공행진해 22일 최고치인 100을 찍었다. 드라마 방영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지난 2월 24일 시작한 '태양의 후예'는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며 국내는 물론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트렌드 분석을 통해 네이버는 이같은 신드롬을 어느 정도 예측한 셈이다.

◆ 검색 횟수 증가…주가도 껑충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렌드 분석과 같은 '빅데이터'가 주식 시장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빅데이터란 디지털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로,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 주기도 짧다. 수치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방대한 크기의 데이터로부터 姸╂岵막?필요한 가치를 추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차세대 기술"이라고 빅데이터를 정의했다.

빅데이터 선두주자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대표적. 이들 검색 및 전자상거래 기업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트렌드보다 앞서 나온 구글트렌드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와 맥케인의 선거 당락을 추측하는 지표로 쓰였다. 최근 월가에서는 구글트렌드를 이용해 주식시장을 예측하려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장두영 쿼터백투자자문 부대표는 "빅데이터는 주식 시장에서도 널리 쓰일 수 있다"며 "구글트렌드처럼 검색 빈도나 횟수를 통해 현재의 트렌드를 알아보고 이를 주가 예측의 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부대표는 "최근 삼성전자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구글이나 네이버를 이용해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 정도를 알아보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놓은 새 스마트폰에 대한 반응이 과거와 비교해 어땠는지를 알아보면서 판매 전망과 주가 흐름까지 연결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 빅데이터 분석 투자 보조 수단

증시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주가 흐름을 짚어보는 방법이 특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용하다고 보고 있다. 네이버트렌드와 구글트렌드를 활용해 검색 횟수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임권 현대증권 연구원은 "투자업계에서 쓰는 빅데이터의 경우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힘들지만 네이버나 구글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로 알아본 트렌드 분석은 투자의 보조 지표로 쓰기에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네이버트렌드는 통합 검색 횟수를 0~100으로 놓고 일주일 단위로 키워드별 상대적 검색 추이를 비교해준다. 검색 창에 '태양의 후예' 'NEW' '알파고' '로봇' '터닝메카드' '손오공' 등 특정 단어를 넣으면 이에 대한 검색 횟수의 변화를 보여주는 식이다.

'태양의 후예' 검색 횟수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최근에도 9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제작·유통회사인 NEW의 주가도 3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완구시장을 휩쓸었던 '터닝메카드'는 작년 4월 초부터 가파르게 검색 횟수가 올라가면서 7월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이 상품을 만든 회사 손오공 주가는 5월 중순 이후로 급등하기 시작해 마찬가지로 7월 초 고점을 찍었다.

김 연구원은 "만약 지난해 4월 이후로 눈에 띄게 급증한 터닝메카드 검색 트렌드를 간파했다면 손오공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주가를 예측하는 데 한 가지 데이터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검색 트렌드를 분석해서 방향성을 알아본 뒤 실적과 펀더멘털(기초체력)까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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