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제품 대폭 줄이고 PB브랜드로 고객 늘려
유명 화장품과 제휴 강화…본사 매각해 5억弗 마련
실적 호전에 주가급등
4년 전 9억弗 영업손실…올해 영업익 10억弗 예상
S&P, 신용등급 상향…월가, 매수 추천 잇따라
[ 뉴욕=이심기 기자 ] 114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업체 JC페니가 경이적인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 파산 후보 1순위로 거론되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올해는 영업이익 10억달러를 공언하고 있다. 주가는 올 들어 62% 급등했다. 비결은 ‘기본으로 돌아가기’였다.
○CEO 잇따라 교체하며 분투
JC페니 주가는 2012~2014년 81% 폭락했다. 본업인 패션잡화 외 고가제품 판매 확대, 과도한 부채, 장기전략 부재와 무기력한 경영진까지 총제적 난국이었다. 회사의 성장 잠재력에 의문을 품은 투자자들은 파산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자 주식을 헐값에 팔아치웠다.
JC페니는 2011년 애플의 소매영업을 총괄하면서 애플 스토어의 성공을 이끈 론 존슨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지만 고가제품군을 늘린 2년간의 노력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주가와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2015년 1분기까지 갚아야 할 빚은 53억달러까지 불어났다.
결국 2013년 4월 존슨도 물러나고 구관인 마이크 울만이 CEO로 복귀했다. 울만의 전략은 간단 명쾌했다. ‘기본으로 돌아가기’였다. 패션잡화 백화점이라는 회사 이미지에 맞춰 저가 브랜드 입점을 늘리고,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세포라와의 제휴를 강화해 고객 저변을 넓혔다.
지난해 8월에는 마빈 엘리슨 홈디포 부사장이 울만에게서 JC페니 CEO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경영난을 겪던 유통업체 홈디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엘리슨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전임자의 전략을 유지했다.
JC페니의 자체상표(PB)를 내놓으며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는 한편 자라와 H&M 등 급성장하는 패스트패션 업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도 과감하게 추진했다. 지난해 일반관리비를 2.7% 줄이고, 14년간 계속하던 아카데미 시상식 후원도 중단했다. 지난달에는 텍사스 플라노에 있는 본사 건물을 경매에 부쳐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하는 방법으로 5억달러를 마련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두고 “경영난에 처한 기업의 기본이 되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월가가 보는 시각 달라져
이런 분투로 JC페니의 실적은 개선되고 주가는 급등했다. 2015회계연도(2015년 2월~2016년 1월) 매출이 126억달러로 전년보다 3% 증가했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6억달러로 1년 전보다 96% 급증했다. 동일 점포 매출은 1년 동안 4.5% 늘었다. 분기로는 9분기 연속 증가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8.5% 늘었다. 구조조정용 비용 지출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일회성 경 晝?제외한 조정 전 순이익은 1억2100만달러를 올렸다.
엘리슨 CEO는 최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영업이익 10억달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4년 전 8억9000만달러에 이르던 영업손실을 기록한 회사라고는 믿기 어려운 목표다. 미국 최대 백화점업체인 메이시스가 올해 매출이 부진한 36개 점포를 폐쇄하고 45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JC페니를 바라보는 월가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최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JC페니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인 ‘CCC’에서 ‘B’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도 ‘긍정적’으로 높였다. 월가 유통업종 애널리스트 2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JC페니 주식에 대한 매수추천 비율은 40%에 육박했다. 1년 전에는 20%를 밑돌았다.
FT는 “JC페니의 변화는 하룻밤 동안 이뤄진 게 아니다”며 “잘못된 경영 판단과 기업 이미지 손상으로 떠나간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는 정상화 작업에 3년이 걸렸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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