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CJ CGV의 해외 스크린 수가 국내를 처음 앞지르면서 글로벌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 5일 터키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마르스의 83개 극장, 736개 스크린을 인수했다. 이로써 중국 등 해외 6개국에 총 203개 극장, 1611개 스크린을 보유하게 됐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129개 극장, 978개 스크린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CJ CGV는 극장업체 규모로는 세계 10위에서 5위로 도약했다. CGV보다 큰 업체는 완다, 리갈, 시네마크, 시네폴리스 등 4개뿐이다. 서정 CJ CGV 대표는 “해외의 많은 스크린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글로벌 경영에 나서게 됐다”고 마르스 인수 의의를 설명했다.
CGV가 자체 개발한 4DX(오감체험형 극장)와 스크린X(3면 영사 극장) 등 특수관을 더 많은 곳에 설치할 수 있게 됐다. 4DX는 37개국 228개 스크린을 확보했고, 현재 터키에는 1개 관을 운영하고 있다. CGV는 이번에 인수한 마르스의 스크린에 수십개의 4DX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유럽의 관문인 터키를 교두보로 유럽 극장에도 4DX 사업을 확산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한 스크린X와 스피어X(반구형 극장)도 터키를 통해 유럽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CJ CGV는 이번 인수로 구매 협상력도 커진 것으로 평가한다. 영사기와 의자 등 설비와 자재를 더 싸게 구입할 수 있고, 미국 아이맥스영화관도 보다 좋은 조건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됐다. 특수관에서 상영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수급 협상력도 강화했다. 수익금을 보다 유리하게 배분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CJ CGV는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한국 영화를 비롯한 ‘K컬처’를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마르스는 터키 내에서 극장사업뿐 아니라 투자 배급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여서 한국 영화를 터키에 진출시키는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유럽과 중동까지 한국 영화를 배급하겠다는 것이다.
CJ CGV 측은 한국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와 음악 등 K콘텐츠의 파급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GV가 보유한 각국 극장에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진출하고, 콘텐츠부문 계열사가 제작한 드라마와 음악 등도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설 전망이다.
서 대표는 “문화산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려면 플랫폼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중국이 전 세계 극장을 왕성하게 인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완다는 미국 2위 극장 체인인 AMC와 호주 1위 호이츠에 이어 최근 미국 4위 카마이크까지 집어삼켰고, 콘텐츠부문에서 미국의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도 인수했다. 이런 행보는 중국 영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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