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소셜커머스] 8조로 커진 소셜커머스 시장…쿠팡·티몬·위메프 눈앞엔 '적자 늪'

입력 2016-04-07 17:46  

소셜커머스 3사에 2년간 1조8천억 몰렸지만
창업 후 한번도 이익 못 내 불안한 시선
"유통지도 바꿀 것" vs "출혈경쟁 오래 못가"



[ 강진규 기자 ] 국내 1, 2위 유통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는 지난해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을 경쟁자로 지목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쿠팡의 로켓배송을 연구하라”고 지시했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쿠팡처럼 적자를 보더라도 최저가 상품을 팔라”고 주문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온라인몰 투자를 확대하는 등 본격 견제에 나서면서 ‘소셜커머스 업체가 버티기 힘들 것’이란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3사가 지난해 7000억원대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10년간 적자를 내다가 흑자 전환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처럼 지금은 새 플랫폼을 구축하는 투자단계여서 적자는 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마트와 경쟁 지속가능할까

이마트는 7일 ‘가격의 끝’ 프로젝트의 최저가 경쟁 품목으로 세탁세제와 주轢셉?등 총 6종을 추가했다. 지난달 30일 참치캔, 스팸, 샴푸를 최저가 품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1주일 만에 다시 가격 경쟁의 칼을 꺼내들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직접 쿠팡을 겨냥하면서 온라인 쇼핑의 주도권이 빠르게 이마트몰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 정보기술(IT)기업 고위관계자는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지만 미국과 한국의 경영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존은 미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결합한 독특한 방식의 비즈니스를 하는 반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모두 비슷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가 불가능하면 자본력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쿠팡이 투자를 많이 받았다 해도 이마트 자본력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매년 적자 폭이 늘어나는 것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엔 부담이다. 소셜커머스 회사는 2010년부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실적을 공개했는데 한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

소셜커머스 3사는 영업손실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성 티몬 대표는 “쿠폰 발행을 줄이고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으면 충분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며 “지금은 외형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패러다임 바꿀 것”

불안한 실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소셜커머스 3사에는 지난 2년간 약 1조8000억원의 외부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적자가 이어지는 소셜커머스에 투자하는 것은 모바일 쇼핑 성장과 관련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조39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54% 성장했다.

쿠팡에 약 10억달러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쿠팡이 일반 소셜커머스업체처럼 단순히 판매를 중개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월 일본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실적 발표 자리에서 손 회장은 “쿠팡의 직매입을 통한 매출이 전년 대비 430%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아마존과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성공도 한국 소셜커머스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아마존은 적자를 내는 와중에도 신규 자금을 계속 유치해 흑자 전환했고, 알리바바는 2014년 뉴욕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셜커머스가 ‘진열 공간이 필요없는 온라인 대형마트’로 정착하면 한국의 유통 지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회사들이 아마존과 같은 성공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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