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올해 은행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성과연봉제입니다. 돈을 번 만큼, 능력 만큼 임금을 줘 은행권에 만연한 고(高)임금·저(低)효율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죠. 금융당국과 각 최고경영자(CEO)들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반발로 계속 제자리 걸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새로운 시도가 은행권 이목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파생상품영업부, 트레이딩부, 투자증권운용부처럼 증권회사와 유사한 업무를 하는 부서가 모여있는 자본시장본부에 대해 성과급 확대를 적용해보기로 한 것이죠.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는 직무·직능을 반영한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방법의 성과연봉제 시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국민은행 노조뿐 아니라 HR(인력관리) 부서에서도 반대를 했고요. 이런 내부적인 반발 속에서도 변화가 가능했던 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강한 의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실무 임원의 조력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해 초 신설된 자본시장본부는 현재 김홍석 본부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바클레이즈은행 서울지점장이었던 김 본부장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직접 영입한 임원입니다. 이 전 행장이 1966년 萱?김 본부장을 기업투자금융(CIB)본부장으로 영입했을 당시 많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도 그랬고, 외부 출신 임원이 드문 국민은행 분위기 탓도 있었습니다.
2014년 11월 윤 회장이 취임한 뒤 KB금융 안팎에서는 김 본부장이 연임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예상과 달리 더 큰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이번 자본시장본부 운영 체계를 바꿀 때도 윤 회장과 김 본부장이 유럽, 미국, 일본 등을 출장하면서 축적한 정보가 기반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성 있게 일하고, 능력만큼 평가 받자’는 자본시장본부의 시도가 아직은 초반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은행 최초로 최근 1000억원어치 해외 구조화채권에 투자한 게 대표적입니다. 그동안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변동성 분석이나 글로벌 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 등이 낯설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데 말이죠. 아직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니지만 연 4%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구조화채권 투자는 저금리 시대에서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권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차츰 해외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넓혀갈 방침이라고 합니다.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죠. 미꾸라지들이 있는 논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두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더욱 활발해지고 생존력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노조와의 지속적인 공감대 형성, 보수적인 은행 내 투자 관행 개선 등 남은 과제가 많지만 그래도 국민은행 자본시장본부의 ‘메기 효과’를 기대해봅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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