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향응 선거사범은 감소세…160명으로 19대 총선보다 46%↓
SNS 통한 흑색선전은 늘어나…허위사실 유포 사범 60%↑
'홍어' '개쌍도' '멍청도' 등 온라인서 표기 땐 법적 처벌 받아
[ 김동현 기자 ]
8일 경기 과천시의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 직원 20여명은 각종 인터넷 포털과 커뮤니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송기환 센터 주무관은 “3교대로 24시간 인터넷 사이트를 모니터링한다”며 “후보자 이름과 별명 등 1800여개 검색어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사이버자동검색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검색어가 포함된 글을 시스템이 찾아내면 직원들이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글을 추려 정밀 분석한다. 한 직원은 트위터에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자 직접 삭제를 요청하는 ‘개별 답글’을 보냈다. 보통은 이처럼 해당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 요청 공문을 보내지만 정도가 심하면 검찰·경찰에 고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한다.
‘사이버 범죄’ 1만건 넘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사이버상의 불법 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를 운영하며 불법 선거운동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선거철이면 단골로 적발되던 금품 살포나 향응 제공은 줄어드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총선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은 선거사범은 모두 1213명(지난 4일 기준)이다. 지난 19대 총선의 같은 기간에 적발된 인원(1348명)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유형별로 보면 금품·향응 관련 선거사범은 160명으로 19대 총선(297명)과 비교해 46.1% 급감했다.
최근엔 SNS를 통한 여론 몰이가 주요 위반 행위로 떠올랐다.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의 법 위반행위 조치 건수는 19대 총선 때보다 7배가량 급증했다. 센터가 고발과 수사 의뢰, 경고, 삭제 요청 등을 한 실적은 지난 3일 기준 1만2065건에 이른다. 19대 총선에선 1726건 수준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체 선거사범은 줄었지만 SNS나 인터넷상의 선거글이 늘어나면서 흑색선전과 여론조작 사범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허위사실 유포 사범 58% 증가
사이버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선거범죄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다. 수사 선상에 오른 전체 선거사범 1213명 중 448명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고 있다. 19대 총선(283명) 때보다 58.3% 늘었다.
여론조사나 경력 등을 거짓으로 꾸미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기 수원시의 한 예비후보 자원봉사자 A씨는 지난 1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현직 의원보다 지지율이 높은 것처럼 여론조사 자료를 작성한 뒤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SNS에 대거 전송했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경북 포항시에선 예비후보자인 B씨가 ‘청와대 공무원단’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실무위원장’ 등 허위경력을 발표하고, 이 후보의 회계책임자가 이 같은 경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적발됐다. 상대 후보자 비방도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는 범법 행위다.
여론조사 결과는 출처 밝혀야
사이버상 선거범죄 기준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 특정 지역 비하 목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홍어’ ‘개쌍도’ ‘멍청도’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법적 제재를 받는다. 특정 지역 및 성별을 비하·모욕하면 처벌하는 선거법 조항(110조 2항)이 처음 적용됐기 때문이다. 송 주무관은 “몇몇 비하 용어들이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퍼져 있다”며 “20대 총선에서 사이버 선거사범이 급증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인터넷에 인용하거나 올릴 때는 보도 매체와 일자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의 김평수 씨(26)는 “언론사가 만든 여론조사 결과 그림 파일을 출처 없이 그대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복사해 쓰다가 적발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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