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지난해 주택 공급이 2000년 이후 최대치인 51만호를 넘어서면서 이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는 2017년부터 입주민을 찾지 못해 미분양과 미입주 대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종종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7~2008년도에 금융위기를 겪으며 미분양 아파트들이 대량으로 발생하고, 가격도 분양가보다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보니 다시 한 번 반복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죠. 그러다보니 전세난에 시달리는 세입자들도 지금 집을 사기보단 미분양으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몇년 뒤를 노리겠다는 의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주택 공급 상태에 대해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몇가지 사례를 통해 2007년도와는 부동산 시장이 다르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우선 2007년에는 분양물량 중 아파트 전용면적이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비중이 36.5%에 달했습니다. 이 평형들은 보통 중소형 평형에 살다 돈을 모아 넓혀가는 평형이죠. 그 후에도 25~26% 가량을 유지하다보니 중대형 물량이 소화가 안되서 미분양이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분양물량 중 중대형 비중은 7.6%이고, 나머지는 신혼부부부터 4인가족까지 많이 찾는 중소형 평형입니다.
또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2008년에는 수도권은 37% 정도였지만, 지난 ?말에는 73.3%로 높은 수준입니다. 전세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빠른 월세 전환 추세를 감안해도 임차수요는 풍부하다는 해석입니다. 세번째로 미입주 리스크가 발생한 2007년에서 2010년 사이 분양물량은 일명 시세라고 하는 부동산시장의 아파트 매매가보다 분양가가 높았습니다. 반면 지난해 분양물량은 매매가와 분양가가 비슷한 수준입니다. 권 실장은 또한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주택 재고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합니다. 2010년 기준 인구 천명당 주택수를 보면 미국(410), 영국(434), 일본(451)에 비해 서울은 347개, 전국적으로는 364개로 적은 수준입니다.
물론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등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 국내 경제 펀더멘탈을 약화시키는 거시 변수(인구구조, 저성장, 고용불안 등), 빌라·다세대 주택 등 아파트 대체재의 급격한 공급 증가 등은 아파트 분양시장에 불안한 요소입니다. 여기에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한 심리도 경기를 위축시키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미래가 100% 암울한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닌 만큼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입자는 집을 사야하는 거냐고요? 무조건 사야하는 주택도, 무조건 팔아야하는 주택도 없으니 답은 역시 각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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