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심판만 내세워
선거 주도할 대형이슈 실종
막판 야권 단일화도 흐지부지
공천 늦어져 정책 준비부족
지지층 결집 '읍소 전략'만
[ 유승호 기자 ]
20대 총선이 대형 이슈와 정책 대결, 야권 단일화가 없는 ‘3무(無) 선거’로 진행되고 있다.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쟁점이나 민심을 흔들 만한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가 후보 등록 최종일까지 공천을 마무리하지 못할 만큼 당내 계파 갈등이 심해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대 총선에선 선거판을 흔드는 대형 쟁점이 등장해 ‘바람’을 일으키곤 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전체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탄핵을 주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탄돌이(탄핵 역풍으로 당선된 의원)’의 대거 여의도 입성으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18대 총선에선 한반도 대운하와 뉴타운 퓬?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타운돌이(뉴타운 공약으로 당선된 의원)’라는 유행어를 남길 정도로 뉴타운 열풍을 등에 업은 한나라당이 서울을 석권하면서 과반 정당으로 올라섰다. 19대 총선에선 재벌 규제 강화 등 경제민주화와 ‘3무1반(무상 급식, 무상 의료,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 등 복지 정책이 화두였다.
이번 총선에선 여야 모두 판도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형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야당 심판론’, 더불어민주당이 ‘경제 실정 심판론’, 국민의당이 ‘양당 체제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어느 당도 주도권을 잡는 데 실패했다.
정책 공약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약은 이미 정부가 진행 중이거나 시행 계획을 밝힌 것이 많아 ‘재탕’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민주의 기초연금 인상과 국민연금 기금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공약도 선거 판도를 흔들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로 예상됐던 야권 단일화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19대 총선에선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지역구 후보를 단일화해 수도권 등 일부에서 효과를 봤다.
여야가 계파 갈등 탓에 공천을 조기에 마무리짓지 못한 것이 3무 선거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의 공천이 늦어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야권 연대가 무산된 것도 야당 내부의 공천 갈등이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여야의 선거 전략도 3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경제 문제 ?가급적 부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경제가 선거전의 중심이 되면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더민주는 ‘경제심판론’에 집중하면서 안보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경제와 안보에서 여야가 서로 정면승부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으면서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읍소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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