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8언더파 몰아쳐…양수진·이승현 등 따돌려
KLPGA 준우승만 4차례…'불운의 아이콘' 설움 씻어
[ 최진석 기자 ] 장수연(22·롯데)은 국내 여자골프에서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아마추어 시절 다 잡은 우승을 날려버린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수연은 2010년 열린 현대건설 서울경제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해 프로들을 모두 따돌렸다. 18번홀 그린에서 우승 세리머니도 했다.
하지만 끝내 우승컵은 품지 못했다. 경기위원회에서 장수연에게 규정 위반으로 2벌타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15번홀에서 어프로치샷을 하던 순간 그의 골프백이 홀 방향으로 눕혀져 있던 게 문제였다.
골프규칙 8-2는 스트로크가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 선상 또는 선 가까이나 그 홀을 넘어 연장선 위에 어떤 장비도 세워두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판정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직전 대회에서도 당시 아마추어선수였던 배희경이 우승했기 때문에 2주 연속 아마추어가 KLPGA 투어 정상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협회가 억지로 규정을 적용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연장전에서 장수연은 2m 파 퍼트를 실패하며 이정은(28·교촌F&B)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이후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입회한 장수연에게 불운은 계속됐다. 올해까지 총 73번의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을 포함해 총 네 번의 준우승이 최고 기록이었다. 장수연은 “우승 문턱에서 자꾸 무너지기 때문에 2010년의 기억이 회자되는 것 같다”며 “우승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74번째 참가한 제9회 롯데마트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에서 장수연의 꿈이 이뤄졌다. 그는 최종라운드가 열린 10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187야드)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필드 위의 패셔니스타’ 양수진(25·파리게이츠)과 17번홀(파3)까지 11언더파 공동선두를 달리던 장수연은 18번홀(파5)에서 천금 같은 이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웨지를 잡고 10m 거리에서 칩인샷을 한 공이 컵으로 빨려들어간 것.
이번 대회에서 페어웨이 적중률 92.3%, 그린적중률 88.2%의 높은 정확성을 자랑한 장수연은 4라운드에서만 8언더파를 몰아치며 그동안의 불운을 한방에 몰아냈다.
장수연은 “프로 투어 3년 동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며 “앞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수진도 이날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의 나무랄 데 없는 경기를 펼쳤지만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이승현(25·NH투자증권)과 함 ?11언더파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선 루키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다연(19)은 10언더파로 국가대표 최혜진(17·학산여고)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이정은(20·토니모리)은 8언더파로 조정민(22·문영그룹), 안송이(26.KB금융그룹)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공동 6위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8언더파 공동 선두를 달린 조정민은 이날 1오버파의 부진한 경기로 우승을 놓쳤다.
제주=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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