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한국화이자제약 당기순손실에도 배당 실시
코닝정밀·한국바스프 등 고배당…"헤지펀드 압박 때문" 관측도
[ 김익환 기자 ] 코닝정밀소재는 디스플레이 유리기판 세계 1위 업체다. 미국 코닝 계열사인 이 회사는 지난해 6272억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SC제일은행(5000억원) 오비맥주(3700억원) 에쓰오일(2795억원) 르노삼성자동차(1400억원) 유한킴벌리(1300억원) 동우화인켐(1203억원) 등도 고배당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7개 기업의 작년 배당금은 전년(4367억원) 대비 네 배 가까이 늘었다. SC제일은행과 한국화이자제약은 작년에 2858억원, 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도 배당을 했다.
◆고배당은 헤지펀드의 압박?
12일 한국경제신문이 자산 2000억원 이상인 외국계 주요 기업 25곳(상장사 4곳, 비상장사 21곳)의 감사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조7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1조4438억원)보다 93.75% 늘어난 액수다. 하지만 당기순이익 합계는 2조3042억원으로 전년(1조5492억원)보다 48.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순이익이 50%가량밖에 늘 ?않았지만 배당금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보유 지분율만큼 계산하면 외국계 대주주 몫의 배당금은 2조5567억원에 달했다. 이들 몫의 배당금 상당 규모가 이달 안에 해외로 송금될 예정이다. 각종 로열티(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액까지 포함하면 조사 대상 기업의 해외 송금액은 3조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한국 사업장이 외국계 기업 해외 본사의 ‘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유독 지난해 외국계 기업의 배당 규모가 늘어난 것은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활동 반경을 넓힌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의 압박에 밀려 해외 본사가 실적을 높이고 유동성을 보강하기 위해 해외 자회사의 배당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운용자산(AUM)은 2009년 362억달러에서 2014년 3분기 1121억달러로 급증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의 투자 규모가 늘었고 상호 연대하면서 기업에 배당 확대와 구조조정 등 다양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는 무슨 돈으로?
이번 조사 대상 기업(작년 적자 기업 제외)의 평균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86.89%로 나타났다. 코닝정밀소재의 작년 배당성향이 437.98%로 가장 높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의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5월 말 기준 기업 배당성향은 체코(72.87%) 호주(70.91%) 핀란드(69.07%) 뉴질랜드(65.49%) 등의 순으로 높았다.
SC제일은행 르노삼성자동차 등 일부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철수하기 위한 수순으로 배당을 크게 늘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양사 관 窩渼?“철수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투자금 회수에 치중하는 외국계 대주주와 국내 주주 간 마찰을 빚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유한킴벌리 대주주인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은 2012년에 배당과 로열티 송금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 법정공방으로 치닫기도 했다. 프랑스 토탈과 삼성도 2013년 한화토탈(옛 삼성토탈)의 중간배당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결국 토탈의 요구로 한화토탈은 2013년에 1028억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배당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면 회사 내부잉여금이 감소하고 그만큼 투자여력도 줄어든다”고 꼬집었다. 반론도 만만찮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배당을 많이 한다고 투자를 게을리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투자를 안 하고 어떻게 기업을 유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4月 장, 반드시 사둬야 할 新 유망 종목 2선 /3일 무료체험/ ▶ 지금 확인
매일 200여건 씩 업데이트!!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보고서 총집합! 기업분석,산업분석,시장분석리포트 한 번에!!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를 통해서 다양한 투자의견과 투자종목에 대한 컨설팅도 받으세요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