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체제 무너뜨린 안철수
'야권 분열' 비난 정면돌파
정당 득표는 제2당 '기염'
[ 손성태 기자 ]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예상 밖으로 선전하면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안 대표는 50%가 넘는 득표율을 올려 30%대에 그친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섰다.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와 박빙 승부가 예고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 대표가 압도적인 차이로 재선 고지를 밟았다. 개표 결과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더민주를 제치고 ‘호남 맹주’ 자리를 사실상 굳혔다.
호남 이외 지역에서는 안 대표를 제외하고 당선권에 든 국민의당 후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좋아하는 후보와 정당을 다르게 투표하는 교차 투표를 통해 국민의당 정당 지지율이 더민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14일 오전 2시 현재 국민의당 전국 정당 지지율은 25%를 웃돌고 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석 수가 13석 정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당초 목표인 20석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넘어 양당체제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철수 사당화’ 논란과 야권 분열의 온갖 비난을 정면돌파한 안 대표의 마지막 승부수가 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호남 차별 등 더민주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의 결과로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선전은 ‘한물간 정치인’ 평가를 받던 안 대표의 존재감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더 많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지역구 수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전국 지원 유세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국민의당 바람을 전국으로 확산시켰다”며 “10% 이하인 국민의당 지지율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은 안철수의 ‘개인기’”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호남 지지 기반을 굳히면서 안 대표는 야권 내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호남 지지를 잃은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의 대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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