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긍정 신호 보인다 했다가 "아니다"
추경 없다고 했다가 "할 수도 있다"
[ 이승우 기자 ]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국 경제가 위기란 진단을 내렸다가 불과 며칠 뒤 긍정적 신호를 내놓는가 하면, 재정에 관한 한 ‘보수주의’ 입장이 강했던 데서 벗어나 돌연 ‘추경’(추가경정예산)이란 단어를 꺼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 부총리의 일관된 ‘메시지 관리’가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경제학자 출신인 유 부총리가 경제학 교수들이 흔히 쓰는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고…’라며 양 측면을 강조하는 화법을 여전히 즐기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측면도, 저런 측면도’
재정학자 출신인 유 부총리는 평소 재정건전성을 중시해왔다. 재정확장 정책을 적극 펼친 전 ?최경환 부총리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유 부총리는 취임 초부터 추경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지난달 9일 한 언론사의 특별강연에선 “추경은 득보다 실이 많다”며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미국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선 “대외 여건이 예상했던 것보다 악화된다면 추경 편성에 의존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추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발언으로 시장이 들썩이자 다음날 미국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추경 편성은) 지금 시점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경기 진단도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올초까지만 해도 “미국 금리 인상, 신흥국 경제 불안, 저유가 등 리스크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1월13일)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지난달부터는 발언의 무게추가 긍정론으로 옮겨갔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어려운 가운데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3월7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고 7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선 “단기적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강봉균 전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제안한 ‘한국형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개인 소신일 뿐”이라고 했다가 1주일 만에 “일리가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기재부 “바뀐 적 없다”
유 부총리와 함께 일하는 기재부 간부들은 “그의 생각은 바뀐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유 부총리는 재정건전성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경 발언은 원칙적인 수준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경기 진단에 대해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유 부총리가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른 방향의 의견을 내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부에서조차 “기재부 입장이 어떤 것인지 나조차도 헷갈릴 때가 있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직 고위 경제관료는 “유 부총리가 국민과 시장에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메시지를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우 경제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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