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실천한 20곳 중 성공한 기업은 4곳에 불과
변화에 대한 직원 저항은 자연스러운 과정
리더가 상승에너지로 승화시켜야
정영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 도병욱 기자 ] 모든 기업은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정이 좋은 기업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어려운 기업은 생존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개개인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변화를 멈추는 순간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변화와 혁신을 결심한 기업 100개 가운데 실행에 옮긴 기업은 20개밖에 없다고 한다. 20개 기업 가운데 변화에 성공한 기업은 4개가 전부라고 한다. 변화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그 이유는 변화관리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원인은 직원들의 저항이다. 변화관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존 코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들의 저항은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변화에 대한 저항이 없는 직원들이 문제라는 지적도 내놨다. 결국 리더들이 이 저항을 어떻게 상승에너지로 승화시키느냐에 따라 변화의 성패가 달린 것이다.
저항을 관리하기 위한 대표적 방법은 공감대 형성이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먼저 ‘왜 변화가 필요한가’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리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이 논리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논리적 모순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변화가 직원들 개개인에게 어떤 이득으로 연결되는지도 명확해야 한다.
이렇듯 변화에 대한 당위성과 목표, 실행방안이 정해지면 조직적으로 실행력이 발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자는 가장 먼저 리더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경영진이 아무리 변화를 외쳐도 중간 리더들의 언행이 그와 일치하지 않으면 변화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직원들은 자신의 리더를 보면서 변화를 해석하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나 소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소통의 해결은 생각의 일치에서 시작해야 한다. 생각의 일치는 바로 경영자부터 일반 직원까지 상황과 과제에 대한 같은 이해와 해석을 해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메시지 전달이다. 파이프를 통해 어떤 물건을 통과시키려 할 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첫째는 물건의 크기가 파이프보다 큰 경우다. 이 상황을 조직에서 보면 조직의 역량이 그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다. 둘째는 파이프 중간이 막혀 있거나 파이프에 구멍이 나 있는 경우다. 이는 조직에서 리더가 변화에 대한 이해와 해석을 잘못하고 있는 경우다. 두 경우 모두 변화는 성공할 수 없다. 변화의 시작은 경영자와 리더들이 할 수 있겠지만 변화의 결과는 직원 하나하나가 창출해 내야 한다.
필름 카메라 시장의 선두였던 코닥은 디지털 사진 시장의 도래를 예견하고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인 전하결합소자(CCD)를 최초로 만들어 냈다. 하지만 자신들이 갖고 있던 시장의 1인자 자리가 직원들로 하여금 변화에 대해 저항하게 했다. 결국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져야 했다.
오토바이 헬멧 시장의 세계 1위 기업인 홍진HJC는 저가 중국산 공세에 위협을 느끼고 혁신을 결심했지만 세계 1위라는 생각이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낳게 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경영진은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혁신 모임을 마련, 토의하고 의견을 모으게 했다. 그 결과 낭비 제거 요소에 대한 제안이 1000건이 넘었으며 직원들의 개선활동 참여율이 50%가 넘었다. 이는 재고율 60% 감소, 원가 20% 절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변화 혁신에 실패하는 대부분 회사는 경영진과 리더들이 제3자 입장에서 변화를 추구하려 한다. 즉, 외부 기관에 맡기거나 리더들이 주체가 되지 않고 대리인이나 위임자를 세우려 한다. 이 경우 대부분 실패로 이어진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리더가 혁신에 대한 말을 하루 안 하면 직원들의 20%, 이틀 안 하면 50%, 1주일 안 하면 100% 모두가 혁신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했다.
미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영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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