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형 인선'이라지만
"수권정당 만들고 싶다" 의욕…전대까지 리더십 유지 포석
추대 아닌 경쟁 '유력'
김부겸·송영길 등 나설 듯…친문재인계도 후보 압축
[ 손성태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5일 당내 비노(비노무현)계 인사를 주축으로 지도부 진용을 새로 짰다. 소속 의원의 연쇄 탈당에 따른 분당사태와 총선을 위해 긴급 영입된 김 대표가 예상 밖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당내 입지가 탄탄해지고, 임기도 전당대회 때까지 자연스럽게 연장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친(親)김종인’ 인사로 구성된 이날 비대위 인선안이 김 대표의 당권 도전 ‘수순밟기’란 해석이 흘러나왔다.
김 대표는 이날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진영 양승조 정성호 김현미 이개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했다. 김 대표가 입당을 권유했던 진 의원과 비노계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 정 의원, 이 의원 등이 포함됐다. 범친노계인 김 의원은 여성 몫이다.
이번 비대위가 6월 말이나 7월 초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임시 지도부 성격이 강한 매?실무형 인사로 비대위를 채웠다는 게 김성수 당 대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전당대회까지 당내 운동권 등 친노계파에 흔들리지 않고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더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아직 당권 도전 의사를 확실하게 내비친 적은 없다. 다만 김 대표는 앞으로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권교체를 위한 당을 만들고 싶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대표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비례대표 의원 한 석 차원을 넘어 당권 도전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이날 “수권정당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계속하는 것을 보면 김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당권 도전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 대표 측근에서도 당권 도전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김 대표가 전당대회 경선을 통해 당권을 다투는 것 자체가 모양새가 안 좋다”며 “김 대표의 성향상 당이 추대한다면 모를까, 스스로 경선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면 결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끝낸 상황에서 경선 없이 추대 방식으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전례가 없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후 당권 도전자들도 앞다퉈 무대에 오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김부겸 송영길 등 당선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총선을 통해 당내 최대 계파가 된 친문(친문재인)계에서도 당권 도전 최적 후보를 압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한 소장파 의원은 “당이 지금은 총선 승리에 도취해 있지만, 조만간 김 대표의 셀프공천과 호남 공천 실패로 인한 완패 등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며 “차기 당 대표는 선거용 ‘구원투수’가 아니라 호남 민심과 핵심 지지층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 간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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