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지진 징후?
에콰도르서 규모 7.8 강진
올들어 남아시아·태평양 지진 발생횟수 평년 웃돌아
국내서도 잇단 진동 감지
한반도엔 영향 미미하지만 지진 잦아 당분간 '주의'
[ 박근태 기자 ] 지난 14일 밤 일본 규슈 서쪽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6.5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16일에는 규모 7.3 강진이 강타했다. 17일에는 인접한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 뉴질랜드 등 태평양의 여러 섬, 북미와 남미 해안지역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로 ‘불의 고리’로 불린다. 거대한 땅덩어리들이 부딪치는 경계로 세계 지진의 70~80%가 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남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등의 지진 발생 횟수가 평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환태평양 조산대 부근에서 이처럼 강진이 도미노처럼 잇따르자 규모 8~9 수준의 최악 강진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 피해를 불러온 초강력 지진에 앞서 여러 차례 지진이 이어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발생한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도 환태평양 조 愿肉?속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지진이 발생한 지 17일 뒤에 일어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에 이어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이번 강진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고 분석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강진이 일어난 지역은 판 경계가 아니라 유라시아판에 자리 잡은 활성단층 지역이고 에콰도르는 태평양판 동쪽 끝에 인접한 나즈카판에 자리 잡고 있어 서로 영향을 미칠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판 경계에서 일어난 지진이 다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지진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이번 지진이 나즈카판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에너지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 지진학자 사이에선 이번 강진으로 당분간 일본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진 에너지가 나라현과 오사카부에서 시코쿠까지 걸쳐 있는 ‘중앙구조선 단층대’로 전해지면서 일본 열도 내 2000개가 넘는 활성 단층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지진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4일 첫 지진이 발생한 뒤 16일까지 국내에서도 진동을 감지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실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 지각을 1.2~5.6㎝ 이동시켰다. 지진 발생 직후 18시간 동안 국내에서만 46차례 지진을 유발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내 지진 전문가들은 당시 지진이 한반도 지각에 상당한 힘을 가했다고 보고 있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 정도로 이번 일본 지진보다 에너지가 500배 정도 더 컸다”며 “이번 지진이 한반도 지각을 뒤틀리게 하거나 이동시킬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더 큰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초대형 강진이 주기적으로 20년가량 지속되는데 2004년 이후 강진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당분간 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약 750㎞에 걸쳐 있는 난카이 해구에서 규모 9.1의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약 200~300년 주기로 한 번씩 일어나는 간토 대지진이 임박했다는 경고도 나왔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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