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벤처 활성화하려면 '대박 사례' 필요

입력 2016-04-17 18:03  

벤처는 성과 있어야 금융계 지원받아
초기투자수익 많다 욕하면 자금 끊겨
지나친 규제는 게도 구럭도 잃게 할뿐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주가 예측은 정말 어렵다. 케네디 가문을 일으킨 조지프 케네디는 1929년 대공황 직전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구두닦이 소년들이 주식 얘기에 정신이 팔려 일에 소홀한 모습을 보고 과열장세로 판단했다. 일본에서는 산지기가 주식 사러 하산할 때, 중국에서는 소림사 승려가 증권사 창구에 나타날 때가 매도 타이밍이라는 속설이 있다.

필자도 증권회사에 다니는 제자의 권유로 비상장주식을 샀다가 모두 날린 경험이 있다. 대박 기회를 걷어차기도 했다. 김정주 넥슨 회장과 홈쇼핑 사외이사를 같이했을 때 문제의 대박 주식을 살 기회가 있었다. 비상장의 경우 주식 거래에 대해 회사가 사전 승인을 요구할 수 있다. 주식 거래를 무작정 열어두면 불량한 의도로 소량을 취득해 회사를 괴롭히는 세력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공대와 KAIST에서 공부한 김 회장은 게임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산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박학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했고 회계와 세무 등 경영 관련 사안에 淪?이해도 빨랐다. 필자가 세무 문제가 없느냐고 물으면 내라는 세금은 모두 낸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게임 사업권을 매각하려는 개발자의 설명을 듣고 사업성을 정확히 판단한 것이 김 회장 성공의 열쇠였다.

넥슨 임직원 중 보유 주식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지만 게임에는 문외한이고 비상장주식 트라우마도 있는 필자로서는 흥미가 없었다. 게임중독 폐해 때문에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의문이었다. 그 무렵인 2005년 진경준 검사는 주식을 샀고 2011년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이후 작년에 처분해 큰 차익을 얻었다. 이런 사실은 검사장 승진 후에야 알려졌다. 비상장 또는 해외 상장주식 매각 차익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어서 이미 세금을 냈을 것이다.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입했다면 증여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그러나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인 증여세는 부과된 사실이 없다.

문제의 주식을 매도한 사람은 김 회장이 아니다. 검사에게 뇌물 줄 이유가 없는 다른 임원이다. 거래 시점에서는 적정 가격이었으나 주가가 폭등해 생긴 문제일 것이다. 처분 가격을 기준으로 뇌물금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친절한 공무원에게 1000원짜리 복권을 선물한 국민에게 그 복권이 당첨됐다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죄를 씌우는 것과 같은 논리다. 회사가 망해 원금을 날렸으면 문제될 일이 아닌데 성공해 주가가 올라 생긴 해프닝이다.

벤처투자 활성화는 여러 정당의 공통적 공약이다. 초기 자금이 절박한데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금융 지원이 개시된다. 초기 투자자를 유인하려면 대박 사례를 널리 알려야 하는데 오히려 몰매를 퍼부으면 고위험 벤처는 발붙일 길이 없다. 정부의 세제 지원도 ‘따면 얻어터지는’ 분위기에서는 소용이 없다.

검사장이 얻은 차익이어서 문제다. 기업에 대한 규제에는 형벌이 부수되기 때문에 기업인은 검찰을 무서워한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뇌물이 오갈 여지가 있다. 지나친 기업 규제로 형사처벌이 늘어나면 기업가는 사업을 포기하고 청년은 실업자로 전락한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에 나섰지만 현직 및 전직 관료가 중심이 됐다. 자신의 밥그릇과 직결되는 규제를 관료 스스로 정리하기란 체중감량만큼 어렵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엄청난 과징금이 부과된 기업은 대부분 소송을 제기한다. 과징금을 부과하던 관료가 퇴임 후 법무법인에 취업해 부과논리의 약점을 들춰 국가 패소를 이끈다. 규제를 막아주겠다며 협회장 추대를 떠벌리는 관피아도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인 규제개혁에 대한 자화자찬 홍보는 무성한데 국민적 공감이 없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로 투자와 고용은 쪼그라들고 청년실업 참상은 목불인견이다. 3당 체제로 재편된 20대 국회는 공인회계사가 여섯 명이나 당선되는 등 기업 경영 전문성이 훨씬 높아졌다. 3당은 비효율적 규제를 혁파하는 개혁입법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 꺼져 가는 한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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