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암세포 성장 억제…광유전학이 뜬다

입력 2016-04-17 19:12  

허원도 IBS 연구진 발표
신경세포 손상없이 가능



[ 박근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세포 속 물질을 빛을 활용해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암과 신경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원도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 그룹리더(KAIST 생명과학과 교수·사진) 연구진은 생명 활동에 관여하는 세포 소기관의 이동을 빛으로 제어하는 생체막 올가미를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세포에는 엔도좀, 리소좀, 엑소좀과 같은 세포 소기관이 있다. 세포 소기관은 세포 성장과 분열 같은 생명 활동에 필요한 물질수송과 분비, 신호전달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빛을 쏘여 세포 활동을 조절하는 광(光)유전학 기술 중 하나인 생체막 올가미를 개발해 세포 소기관을 원하는 시간과 위치에 정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청색빛에 반응하는 식물의 단백질에 세포 소기관의 생체막에 포함된 랩단백질을 결합해 새로운 융합 단백질을 만들었다. 이 단백질을 동물 암세포와 신경세포에서 나타나게 유전자를 조작한 뒤 청색빛을 쏘이자 세포 소기관이 서로 뭉쳐서 정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또 뇌 신경세포에 빛을 비추자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성장을 멈췄다가 빛을 끄면 다시 빠르게 자라는 것도 확인했다. 허 교수는 “신경세포의 분화나 암세포의 물질 수송을 빛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생체막 올가미 기술을 응용하면, 암과 신경질환의 치료 해법을 얻을 수 있다”며 “뇌 신경세포 내 소기관들의 이동과 물질 수송 연구는 기억과 학습 관련 연구 분야에도 새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레이저 등 빛을 이용해 유전적으로 조작한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하거나 억제하는 기술인 광유전학에 주목하고 있다. 신경세포를 손상하지 않고 비교적 정교하게 뇌 기능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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