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2등주 베팅전략 통했다

입력 2016-04-17 19:27  

올들어 순매수 4위인 롯데케미칼 주가 34.2% 상승

외국인이 산 '대장주' LG화학은 2% 상승 그쳐
통신·전자부품 업종서도 KT·LGD 등 2등주 강세
"1등주보다 몸집 가벼워 실적호재 주가에 잘 반영"



[ 윤정현 기자 ] 업종 대장주보다 ‘2등주’를 사들인 기관투자가의 전략이 통했다. 대장주를 주로 바구니에 많이 담은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수익률 차이가 확연했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어 반등장에서 상승폭이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엇갈린 성적표

롯데케미칼은 지난 15일 종가(32만7000원) 기준으로 올해 34.29% 상승했다. 지난달 30일 최고점(34만9500원)을 찍은 뒤 주춤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기관의 순매수 상위 4위(3275억원)에 오른 종목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화학업종 대장주인 LG화학(3050억원)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올해 외국인 순매수 상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수익률은 1.98%에 그쳤다.

외국인은 주로 1등주에 투자했고 기관은 2등주에 관심을 가졌다. 수익률로 본 성적은 기관투자가들이 앞섰다. 화학업종뿐 아니라 통신과 전자부품업종의 순매수 상위 종목 간 수익률도 엇갈렸다.

올해 기관이 1667억원어치 순매수한 KT는 9.03% 상승했다. 이에 비해 외국인이 1859억원어치를 산 SK텔레콤은 2.32% 뒷걸음질쳤다. 연결 자회사인 SK플래닛의 실적 부진 우려가 나오고 있는 데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탄력도는 통신 3사 중 가장 낮다”고 말했다.

전자부품에서는 기관은 LG디스플레이의 LCD(액정표시장치)사업 경쟁력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부문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다. 올해 기관의 LG디스플레이 순매수 규모는 3185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지난해 고점(5만1200원) 대비 절반 가까이로 떨어진 SK하이닉스의 낙폭에 주목해 119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올해 LG디스플레이는 2.04% 올랐고 SK하이닉스는 10.08% 하락했다.

PER-PBR 잘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실적시즌을 맞아 종목 장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2등주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등주에 비해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뒤지지 않는 데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몸집이 가벼워 실적 호재가 주가에 더 잘 반영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업종별로 2등주가 선전하는 이유가 다른 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실적 개선 추세를 확인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화학업종인 롯데케미칼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1.29배로 업종 평균(19.24배)보다 낮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46배로 LG화학보다 낮았다. KT 역시 PER이 14.54배로 업종 평균 PER(15.37배)을 밑돌았고 PBR(0.7배)은 1배에도 채 못 미쳤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반등 초기에는 시가총액 1위 종목이 강세를 보이지만 6개월 정도를 두고 보면 2위 기업이 1위 기업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업황 분위기가 전환되는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더 민감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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