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당 대표 도전…국회 특권 깨는 '망치' 되겠다"

입력 2016-04-18 18:45  

인터뷰 / '호남 재선' 고지 오른 이정현 새누리 당선자

20개월간 순천 241번 방문…마을회관서 자고 밥먹어
주민들이 진심을 알아줬다

호남서 먼저 마음의 문 열어…부산·경남 '지역의 벽' 무너져

새누리, 파벌에 함몰돼 참패…변화하지 않으면 존립 못해



[ 홍영식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남 순천·사진)은 18일 “국회의원의 특권을 사정없이 깨는 데 앞장서는 ‘망치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재선(18대 국회 비례대표 포함 3선)에 성공한 이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6월 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3선 의원에 집권당 최고위원을 두 번 하며 지켜보니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가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비와 국회의원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 반해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갈수록 하지 않고 있다”며 “의원만 좋아지는 국회, 특권을 강화하는 것에 망치를 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회 예산 심의와 집행이 거의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국민은 그 실상을 제대로 모른다”며 “이런 부조리를 깨는 데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서는 포부와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 의원은 신한국당·한나라당 당직자로 잔뼈가 굵었다. 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가 됐고, 박근혜 정부 초반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냈다. 2004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해 대통령의 복심, 친박근혜계 핵심으로 통한다. 2014년 7월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해 26년 만에 새누리당의 첫 전남지역 국회의원이 됐다.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가 조정되면서 고향인 곡성이 떨어져 나가자 순천을 택했고, 당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는 “진정성, 진심이 통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순천 시민들은 연달아 세 번 무소속 시장, 국회의원도 연속해서 2번(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당을 뽑았다”며 “인물을 보고 선택한 것이다. 시민들의 선거 혁명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7월 당선된 뒤 1년8개월 동안 순천을 비행기(인근 여수비행장 이용)로 241번 왕복했다. 지구를 두 바퀴 도는 거리”라며 “갈 때마다 마을회관에서 자고 이장 집에서 밥을 먹으며 주민들과 ‘막걸리 토크’를 했다”고 했다. 그는 “한때 상대 후보에게 여론조사 지지율이 20%포인트까지 뒤져 모두 가망이 없다고 했다”며 “선거를 앞두고 반짝 관심을 보인 게 아니라 평상시 진정성을 갖고 다가갔고, 실질적인 지역 정책을 갖고 일한 데 대해 지역 주민들이 鞭?알아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이번 총선에서 지역 구도가 무너진 것은 2014년 보선 때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게 시발점이 됐다”며 “호남에서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 부산·경남·대구에 자극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존립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이념에 집착하고 지역적으로 편파적인 사고를 하고 있으며,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경색된 사고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낡은 틀과 행태로는 새 시대, 새 국민의 사고방식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선거 참패와 관련, “파벌과 계파에 함몰돼 본질을 못 보고 있다”며 “누가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지엽적 말단에 매달려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몇 사람을 마녀사냥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 잊어버린다. 국민이 뭘 원하는지 백지 상태에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은 아주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면서도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내려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이 처해 있는 상황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고쳐 나가야지 그런 것이 없이 누구를 복당시켜라, 탈당시키라고 하면서 싸움하는 데 매달린다면 국민 심판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천 파동과 관련, “당이 총체적 무능을 보여줬다”며 “지도부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가 안될 것을 알면서도, 당을 불구덩이로 들어가게 하는 요인임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 하나 제동을 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픈프라이머리 전면 시행을 주장한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여권의 정국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을 때도 쉽지 않았다”며 “1당이 아닐지라도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이익에 입각해 설득하면 다수당의 횡포를 막아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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