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따라 상품구성 달라…창구 방문 안해도 개설 가능
[ 허란 기자 ]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금융 자산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부족하거나 여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투자성향이 어떤지를 금융회사에 알리면 알아서 자금을 굴려준다.
일임형 ISA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달 14일 ISA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가입자(139만4287명)의 98%가 직접 상품을 골라 담는 신탁형을 선택했다. 일임형 가입자가 2%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진짜 승부처는 일임형 시장이란 분석도 있다. 연간 수수료가 1% 이하로 유사 상품인 랩어카운트의 절반 이하인 만큼, 일임형 ISA를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신탁형으로 ISA 시장에 뛰어든 금융회사들도 속속 일임형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신한 국민 우리 기업 등 4개 은행이 지난 11일부터 일임형 ISA를 내놓았다. 지난 18일부터는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10개 금융회사가 온라인에서 일임형 ISA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영업점 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계좌 개설, 투자자문 계약 등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일임형 ISA는 주식 편입 비중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 ?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초저위험 상품은 단기채권과 환매조건부채권(RP) 등 현금성 자산으로만 구성된다. 증권사와 은행 상품의 차이가 크지 않다.
저위험 단계에 들어가면 업권별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달라진다. 13개 증권사 가운데 NH투자 미래에셋증권 등 10개사가 국내외 주식을 18~20% 포함시켰다. 자산의 일부를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연 3% 안팎)을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은행은 주식 자산 편입에 신중한 편이다. 4개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우리은행은 채권형 펀드와 현금성 자산만으로 저위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국민·기업은행 상품엔 국내외 주식이 들어가지만 증권사만큼 편입 비중이 높지는 않다.
목표 수익률이 연 5% 내외인 중위험 상품부터는 업권별, 금융사별로 포트폴리오가 제각각이다.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헤지펀드 부동산펀드 등 대체 투자 상품을 15~26% 담고 있다. 은행도 이 단계부터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넣지만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국민은행은 배당주펀드, 기업은행은 유럽펀드를 밀고 있다.
고위험과 초고위험 단계를 고른 투자자들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다. 주식 비중은 고위험 단계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60% 이상,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가 50% 이상이다. 위험자산 포트폴리오를 원자재, 신흥국 주식, 글로벌 헬스케어 등으로 세분화한 게 증권사들의 특징이다.
신탁형 ISA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일임형 ISA에 활용하는 금융회사는 많지 않다. 은행권에선 ELS를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킨 곳이 한 곳도 없다. 증권사 중에서도 NH투자 유안타 SK증권 등 일부 업체만 ELS를 활용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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