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계 최초 VR 선글라스?…대륙의 실소

입력 2016-04-20 09:59   수정 2016-04-20 11:46

"저커버그 소개해달라" 中 업체에 갸우뚱
투박한 목업 공개에 해외 언론인 '실소' 터져



[김민성 기자] "이것이 세계 최초 가상현실(VR) 선글라스다."

19일(현지시간) 중국 센젠(深?)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IFA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중국 기업 도도(dlodlo) 관계자가 선글라스 형 VR 시청 기기 '도도 글라스 V1(이하 V1)'을 꺼내들었다.

발표자는 자신을 도도의 토마스 리(Thomas LEE) 최고경영자(CEO)라고 소개했다. 그는 "달걀 무게(약 60g)에 불과한 78g 선글라스 VR 기기를 세계 처음 개발했다"며 "두께 역시 16mm로 동전 너비보다 얇다"고 목청을 높였다.

"외형적으로 V1은 선글라스의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만큼 쿨한 제품"이라며 "무거운 헬맷 같은 삼성전자 기어VR이나 오큘러스, 소니, HTC, LG전자의 VR 기기를 우리는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대표 기업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비롯한 각 분야의 선두를 달리는 기업에서 인력을 모아 2013년 도도를 창업했다"며 "V1은 헬맷이 아닌, 세계 최초의 VR 안경"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세계적 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업체인 오큘러스를 소유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에게도 러브콜도 보냈다. 그는 "저커버그를 아는 사람이 (여기) 있다면 V1을 소개해달라"며 "언제 어디서든 저커버그를 만날 준비가 됐다고 전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도도가 공개한 제품이 개발 단계의 목업(모형·mockup)이었다는 점이다. 도도 측이 V1을 실물을 꺼내들자 컨퍼런스 참석 언론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그저 눈에 닿는 선글라스 테 주변을 스티로폼 재질로 투박하게 감싼 껍데기 모형이었다.

"내장 디스플레이는 무엇이냐", "VR 영상 소리는 어디서 나느냐" 등 참석자 질문에 도도 측은 "비밀(confidential)"이라고 얼버무렸다. V1 목업을 소개하던 중 안경 다리 한쪽이 빠지기도 했다.

선그라스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내장됐고, DLOS라는 자체 운영체제(OS)로 구동된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실체는 없었다. 스마트폰 및 PC와 선을 연결해 VR을 볼 수 있다고도 했지만 어떤 VR 콘텐츠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도 일절 없었다.

끝으로 도도 측이 "V1을 미국 뉴욕에서 처음 공개하겠다"고 발언하자 참석자의 실소가 터졌다. 행사를 주관한 독일 IFA 관계자도 황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제품 공개 시점이 정확히 언제냐, 그냥 미래냐"고 캐물었다. 도도 측은 "올해 안"이라고만 짧게 답한 뒤 발표를 서둘러 정리했다.

현장의 한 언론 관계자는 "IFA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발표였다"며 "목업으로 저커버그의 투자를 받으려는 듯한 중국 신생 기업의 태도가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IFA는 매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로, 올해 중국에서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첫 전세계 언론 설명회를 열었다. 한 참석자는 "전자 분야에 탄탄한 명성을 쌓은 IFA가 첫 중국 행사를 급하게 추진하면서 참가 기업 기술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듯 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국(센젠)=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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