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금기 깬 野, 대안 경제정당 부각 노리나

입력 2016-04-20 10:55   수정 2016-04-20 11:03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0일 야당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전향적인 발언을 내놨다.

지금의 구조조정 방식에는 반대하고 실업자 대책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하면서도 "제대로 된 기업 구조조정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까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던 과거 야당과는 다른 모습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각을 세우면서도 무작정 반대만 하던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 대안을 제시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경제정당'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움직임을 두고 "IMF 때처럼 부실기업에 돈을 대줘 생존을 연장시키는 구조조정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단기적 생존을 위해 돈을 더 투여하는 사고가 팽배해지고 있는데,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권의 '한국판 양적완화'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서 한발 더 나아간 발언을 내놨다.

그는 "우리 경제의 구조가 대한민국을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며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구조조정으로) 실업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생존의 문제인 만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업교육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그와 같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더민주도 적극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정부의 현재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구조조정 자체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서 대안적인 방식을 찾자는 제안을 던진 것이다.

이런 발언과 관련, 최운열 선대위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예전에는 야당이 구조조정 얘기 자체를 금기시했지만, 그래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불리한 정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당장은 근로자에게 부담되더라도 꽉 막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신 김 대표가 얘기한대로 실업자 대책 등 사회안전망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측 다른 관계자는 "지금 정부가 하는 구조조정은 돈은 돈대로 쓰면서 사람들은 모두 자르는 방식"이라며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아니라면 찬성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이번 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더민주가 '경제심판론'을 앞세워 총선에서 1당으로 올라선 만큼, 경제분야에서 대안정책을 제시해 20대 국회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과 정책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에서, 과감하게 경제살리기 의제를 던지면서 중도층의 지지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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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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