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와 금융 (3) 은행산업
율법'샤리아'따라 운영
이자 수취·지급 모두 금지…조달한 자금은 실물자산에 운용
자산 매도 때 취득·양도세 발생
수익률 저하 가능성 고려해야
[ 최규술 기자 ]
이슬람 금융이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준수하는 금융 거래를 종합해 말하는 용어다. 전통적 금융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리스 등의 산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듯 이슬람 금융도 전통적 금융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지만 운영 방식은 샤리아 기준에 따라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슬람 금융은 전통적 금융을 이슬람 율법에 맞춰 복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이번 글에서는 이슬람의 금융 영역 중 경제 동력인 은행산업을 소개한다.
이슬람 금융시장을 크게 은행시장(화폐시장)과 증권시장, 보험시장으로 구분할 때 은행시장이 가장 먼저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금융이 태동하기 시작한 것은 이슬람권의 원유 수입이 각 나라 통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1960~1970년대부터라고 보면 된다.
이슬람 은행의 시초를 이야기할 때 보통 1860년대 수에즈운하 건설을 위한 금융거래를 위해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이 이집트 카이로에 지점을 개설하면서부터라고 한다. 하지만 이 은행은 샤리아에 부합하지 않는 이자(리바)를 포함하고 있어 이슬람 은행의 시초는 아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자를 수반하지 않는 은행산업 연구가 시작되는 동기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샤리아 기준에 따르는 시초로 인정되는 은행은 1963년 이집트의 미트가무르 저축은행이다. 예금, 대출, 지분 참여 등 은행의 기본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현대적 이슬람 은행은 1975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된 이슬람개발은행(IDB)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두바이 이슬람은행(1975), 수단의 파이잘 이슬람은행(1977), 바레인 이슬람은행(1979) 등이 설립됐다. 이슬람 금융이 다양하게 제도화되고 운영되는 말레이시아는 1983년 이슬람은행법 제정과 함께 설립된 말레이시아 이슬람 은행이 최초다.
2014년 현재 51개국에 300여개 이슬람 은행이 설립됐다. 은행 설립과 함께 샤리아 기준을 따르는 이슬람 은행의 운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기관이 설치되기 시작했는데, 주요 기관으로는 이슬람연구교육기관(IRTI), 이슬람금융기관 회계감사기구(AAOIFI) 등이 있다.
이슬람권에서는 샤리아에 부합하는 이슬람 은행만이 영업하고 전통적인 은행은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 있는데, 이슬람권에도 우리에게 친숙한 씨티은행, 파리바은행, HSBC 등의 글로벌 은행이 전통적인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슬림이라고 해도 금융소비자는 자유롭게 거래 은행을 선택할 수 있다. 걸프협력회원국(GCC)은 전체 은행 자산의 34%(2014년 기준)만이 이슬람 은행 소유다. 나머지는 전통적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슬람 은행이 주목받는 것은 성장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언스트앤영 발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사우디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주요 9개국의 이슬람 은행 자산은 8882억달러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누적 연평균 성장률이 16%, 수익률은 14%로 같은 기간 전통적 은행 성장률의 세 배에 이른다. 2020년까지 연평균 자산증가율은 14%로 고속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예금과 대출의 계약관계(채권·채무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전통적 은행과 달리 이슬람 은행은 예금의 단순 보관기능(최근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가 보관료 개념이다) 위주로 고객 자산을 은행이 운영해 그 수익금은 고정돼 있지 않고 은행의 투자 성과에 따라 은행과 고객이 예금계약 시 정한 기준(약관)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다. 투자자와 기업가 간 투자계약과 같은 형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자는 보통 ‘예금금리’라고 부르는 고정이자인 데 비해 이슬람 은행은 이자 대신 수익금이라고 부른다.
이슬람 은행을 요즘은 참여은행이란 이름으로도 부른다. 이는 이슬람 은행이 이자 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수익 공유의 원칙에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슬람 은행도 전통적 은행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영업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통상적으로 은행의 다른 분야 수익을 활용해 전통적 은행과 비슷한 정도의 수익금을 지급한다.
이슬람 은행의 운영 방법을 살펴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예금과 같으나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고 단순 보관기능을 하는 요구불예금(와디아, 콰드)과 수익공유의 원칙(무다라바)에 따른 투자예금 형태인 수익공유투자예금으로 나눌 수 있다. 수익공유투자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자산가치 상승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는 살람(선구매), 무라바하(비용추가대출), 이자라(리스), 이스티스나(주문제작) 방식의 대출과 무다라바(예금투자자 손실부담), 무샤라카(예금투자자, 은행 공동 손실부담) 방식의 수익공유투자를 통해 운용한다.
예금자로부터 조달된 자금은 반드시 실물이 포함된 자산으로 운용한다. 단순히 돈으로 이자가 수반되는 돈을 버는(고리대금) 방식은 지양해야 하는 샤리아의 원칙에 부합하는 운영 방식을 따른다는 점이 전통적 은행과 이슬람 은행의 중요한 차이다.
빌딩이나 자동차 같은 실물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개념에 따라 투자 시 실물을 구입하고 수익 확정을 위해 실물을 매도해야 한다면 한국은 취득세와 양도세라는 세금이 발생하는데, 실물이 사실상 투자의 매개수단이지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세금 발생은 수익률 저하를 가져와 이슬람은행 운영에는 세금(자카트)에 대한 고려가 중요한 사항이다. 2009년 이슬람권 자금을 한국이 유치하려 했을 때도 세금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다.
정영천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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