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서정가제로 안 팔리는 책이 더 안 팔리게 됐다는 사실

입력 2016-04-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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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고, 중소출판사와 중소서점의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도서정가제가 당초 우려대로 출판시장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경이 국내 21개 주요 단행본 출판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출판사의 매출은 2년 새 평균 21.5%나 떨어졌다. 대형 출판사뿐만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조사에선 중소출판사 매출은 전년 동기비 13.7% 줄었고, 중소서점이 5.5%, 군소 온라인서점도 9.5%가 감소했다. 가구당 서적구입비는 평균 9009원( 2015년 2분기)으로 전년 동기비 19%나 줄었다. 도서 생산, 유통, 소비 시장이 모두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랬으면 좋겠다’며 만든 규제가 필연적으로 부른 시장 왜곡이다.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국책연구기관인 KDI까지 “책값을 높이고 책 수요도 줄여 서점·출판업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로 그 사안이다. 그런데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나친 저가 할인을 막아 중소서점을 보호할 것이라며 ‘아름다운’ 명분만으로 이 제도를 강행했다.

도서정가제는 제2의 ‘단통법’이요, 전형적인 중소기업 보호 규제다. 가격규제로 중소업체를 보호한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정부다. 도서정가제 혜택을 그나마 본 것은 책값 상승에 따른 마진폭 확대로 매출 개선효과?나타난 일부 초대형 온라인서점뿐이다. 전집류 같은 구간 서적을 반값에 사던 학부모들은 할인율이 최대 15%밖에 안 되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서점에 갈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도서정가제는 모든 면에서 실패한 정책이요, 시장을 죽이는 규제다. 당장 폐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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