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벌레, 맛 좀 볼래?…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해 줄 미래식량, 곤충

입력 2016-04-22 18:36  

전체 80%가 단백질로 된 곤충
소·돼지보다 최고 3배 이상 많아
짧은 생육기간…오염 배출 적어
"아직은 사료용, 미래식량 기대"



[ 김태헌 기자 ] 곤충은 산업으로 발전해 어엿한 전문 음식점이 생겨났고 에너지바·쿠키·파스타·마카롱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소나 닭처럼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가 생겼고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도 곤충식품 개발에 들어갔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환경 파괴 등으로 식량난과 물 부족에 더해 UN은 곤충을 미래 식량 자원으로 주목하고 있다.

서울 중구 약수동에 있는 곤충 레스토랑 ‘빠삐용의 키친’은 2015년 7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곤충 레스토랑이다. ‘원테이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점심과 저녁 2팀씩 받고 있지만 5월 초까지 자리를 예약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많다. 여기서 파는 쿠키는 팀당 5개로 한정 판매하는데도 오전부터 물량이 거의 소진된다. 밀웜(mealworm·고소애)이 20% 함유돼 있는 쿠키를 아이와 어른 모두 거리낌 없이 맛있게 먹는다.

장원석 빠삐용의 키친 연구원은 “50대는 곤충을 먹었던 옛 추억을, 20대는 커플 위주로 호기심을 지닌 이가 많다”며 “최근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곤충은 영양학적으로 일반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생산에 따르는 환경 파괴 요소가 적어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용 곤충은 58~80%가 단백질로 이뤄져 소나 돼지보다 단백질이 두 배 이상 많다. 기존 육류 단백질원에 없는 식이섬유와 필수아미노산, 비필수아미노산도 다량 함유해 현존 단백질원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100g당 소고기와 같은 중량으로 건조한 벼메뚜기의 영양소를 비교한 결과 벼메뚜기의 저탄소 단백질 함량이 약 세 배 높았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곤충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곤충을 주식 또는 보조식으로 섭취하는 인구는 20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곤충은 가축을 사육하는 것보다 생육 기간이 짧아 환경오염에 따른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육 기간이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로 가축의 사육 기간 개체 수 대비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생산량도 소나 돼지의 수십 배가 넘는다. 또 환경 면에서 소고기 1㎏을 얻기 위해 1만5400L의 물이 사용되는 반면 같은 무게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식용 곤충은 물이 아예 소모되지 않거나 최대 370L 수준에 불과하다.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국내 대부분의 곤충 사육은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 사료용이다. 경기 용인에서 極解?귀뚜라미 등을 사육하는 ‘미친밀웜’의 김영배 대표(28)는 “밀웜을 월 700만마리 정도 생산해 판매하지만 대부분 반려동물용으로 소비되고 식용 납품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곤충산업 육성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5년 후 현재 곤충 시장을 1.7배, 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방침이다.

김태헌 한경비즈니스 기자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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