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별히 사랑하는 작가이다. 코엘료가 새 책을 내면 어김없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연금술사’‘11분’‘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같은 작품을 읽고 매료된 사람들이 코엘료를 ‘믿고 보는 작가’로 수첩에 등재시켰기 때문이리라.
1987년 발간한 ‘연금술사’는 168개국에서 73개 언어로 번역되어 3000만 권 이상 팔렸다. 이로 인해 코엘료는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1년 우리나라에 소개된 ‘연금술사’는 지금도 문학베스트 108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이다.
어떤 연유로 이 책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일까.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산티아고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문구가 있지만 모든 걸 훌훌 털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연금술사’의 주인공인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 그가 안정된 생활을 뒤로하고 보물을 찾으러 떠나는 것부터가 매력적이다. 산티아고는 첫 번째 도착지에서 돈을 다 잃어버리지만, 절망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곳 크리스털 가게에 취직하여 열심히 일하며 다시 꿈을 꾼다. 성실하게 일해 돈도 모으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지만 산티아고는 또다시 모험의 길을 떠난다. 산티아고는 여행을 하면서 연금술사를 만나고, 그로부터 지혜를 얻어 보물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하나의 언어를 깨닫게 될 때
‘연금술사’의 진짜 매력은 산티아고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주옥같은 대화들이다. 연금술이란 중세기에 전 유럽에서 성행한 원시적 화학기술을 뜻한다. 비금속을 귀금속으로 바꾸는 것과 불로장수약 또는 만능약을 만든다는 이 기술은 근대화학의 기초가 확립될 때까지 1000년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1947년 브라질에서 태어난 파올로 코엘료도 젊은 시절 연금술에 깊이 빠졌다. 언젠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괴로워했던 코엘료는 자신의 존재를 오래도록 연장시켜줄 액체를 찾기 위해 연금술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실망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신의 음성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우리가 마음 깊이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마침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그 많은 시련과 시험에도 불구하고 신의 손 堧?언제나 한없이 자애롭다’는 걸 깨달으면서 평안해졌다. 이러한 마음의 울림은 ‘연금술사’의 내용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1981년 코엘료는 스승 람을 만나 연금술의 진정한 의미를 전수받게 된다. 만물의 정기 속으로 깊이 잠겨 들어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언어’를 깨닫게 될 때 영혼의 연금술사가 된다는 사실을.
‘연금술사’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자아의 신화’, 신비한 능력이 있는 ‘철학자의 돌’, 완벽한 미로인 ‘위대한 업’ 같은 미지의 영역들이 계속 펼쳐진다. 표지를 따라가면서 언어의 향연을 느끼는 것이 이 책을 음미하는 방법이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온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용기야말로 만물의 언어를 찾으려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
‘아무리 먼 길을 걸어왔다 해도, 절대 쉬어서는 안 되네. 사막을 사랑해야 하지만, 사막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돼. 사막은 모든 인간을 시험하기 때문이야. 내딛는 걸음마다 시험에 빠뜨리고, 방심하는 자에게는 죽음을 안겨주지.’
산티아고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와 함께 이런 문구를 깊이 음미하는 것이야말로 ‘연금술사’를 제대로 만나는 일이다.
정신병원 입원, 감옥 수감
전세계 사람들의 영혼을 두드리는 세계적인 작가인만큼 파올료 코엘료는 청소년기를 심오하게 보냈을 듯싶다. 뜻밖에도 그는 17세 때부터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불행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청년기에는 록밴드를 결성하고 극단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히피 문화에 심취했다. 1973년 친구와 함께 창간한 만화잡지가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두 차례나 감옥에 수감되어 고문을 당했다.
39세 때인 1986년, 코엘료는 돌연 산티아고 순례여행을 떠났고 이듬해 ‘연금술사’를 써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혹 한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여 일찌감치 꿈을 포기했다면 순탄치 않은 삶을 산 코엘료를 바라보라. 40세,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다듬고 다듬은 언어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와서 산티아고라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언어의 연금술을 펼친 파올로 코엘료. 나는 어떤 연금술로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인가. 코엘료는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라고 귀띔한다.
이근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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