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60세에 은퇴해도 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장수는 분명 축복이지만 은퇴 이후에는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었다고 예전에 비해 생활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 노후 필요 소득이 젊은 시절의 60~70%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자녀 양육비나 미래를 대비해 저축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었거나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소비 수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순수 생활비는 젊은 시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으며, 의료비나 간병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생활비가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이때 만약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갈 수만 있다면 부족한 노후 생활비로 고민하는 미래의 나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돈을 보태주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연금을 저축한다는 것은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주는 생활비와도 같다.
연금은 저축의 일종이지만 일반적인 저축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저축은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정해져 있더라도 다시 바꿀 수 있다. 또 언제든 필요할 때 지금까지 모아둔 저축액을 꺼내 쓸 수 있다. 이때 내가 저축한 금액은 조금씩 나누어 쓸 수도, 목돈으로 한꺼번에 쓸 수도 있다.
반면 연금은 중도에 해약하지만 않는다면 미래의 어느 특정 시점부터 장기간에 걸쳐 노후 생활비로 활용한다는, 용도가 정해져 있는 상품이다. 마치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생활비를 제때 보내줄 수 있는 타임머신과도 같은 장치다.
연금은 충분히 저축할수록 좋지만 금액이 크지 않아도 상관없다. 적은 금액이라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오늘의 나보다는 부족한 생활비를 걱정하는 미래의 나에게 주는 효용이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이란 내가 오늘의 부가적인 소비를 포기하고 저축해 미래의 나에게 선물하는 돈이다. 이때 같은 돈이라도 미래에 내가 연금으로 받게 될 돈은 지금 내가 당장 뭔가를 사기 위해 쓰는 돈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생활을 해결하고 난 뒤 부가적인 소비를 통해 얻는 만족보다 기본적인 생활에서 부족한 부분을 충족해주는 소비가 주는 효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래의 어느 날, 부족한 노후 생계비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를 나를 위해 지금부터 연금이라는 귀한 선물을 준비해보자.
조명기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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