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낮에는 김광석 거리 들러 추억 한 소절 흥얼거리다…
밤엔 평화시장 '치맥로드'로 닭똥집·납작만두 즐겨볼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면 근대문화골목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 반추를
[ 오경묵 기자 ]
대구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도시다. 도심의 골목 곳곳에는 근대 문화유산과 관련한 이야기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도심 외곽에는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화원동산이 있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가객이었던 김광석 거리에는 그의 노래가 흐르고, 방천시장에는 문화와 추억이 녹아 있다. 풍요로운 문화도시 대구로 떠나는 행복여행이다.
김광석 거리의 낭만…방천시장
김광석의 노래는 언제나 나지막하다. 그가 태어난 대봉동 방천시장 입구에서 시작되는 김광석 거리에는 김광석의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싸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그를 추억하듯 그가 그려진 벽화와 노랫말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30대 초반, 아직은 이룰 것이 더 많은 나이에 안타깝게 스러져간 그는 이제 노래와 벽화, 실물 크기의 동상으로만 남았다.
김광석 거리가 잇닿은 방천시장은 서문시장이나 칠성시장 같은 큰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전통시장이지만 이제는 문화와 예술을 품고 새로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장사가 안 돼 사람들이 떠나간 빈 상가에는 마을 기업 ‘아트팩토리 청춘’과 예술가들이 모여 공방을 마련했다. 손바느질이나 인형, 펠트공예, 만화, 일러스트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상가가 생기니 자연히 관광객도 늘어났다.
이야기가 풍성한 근대 문화골목
400여년 이상 영남의 정신적·지리적 중심지였던 대구 도심엔 6·25 전쟁의 피해가 작아 근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구 근대골목은 총 5개 코스인데 코스별로 주제가 다양하다. 그중 청라언덕에서 시작하는 제2코스인 ‘근대문화골목’을 걸으며 100여년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보자. 근대문화골목은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있는 청라언덕에서 시작한다.
청라언덕은 대구에 기독교가 뿌리내려 성장한 중심지이자 학창 시절 대부분 학생이 불러봤던 ‘동무생각’의 노랫말 배경이 된 곳이다. 동무생각은 대구가 낳은 한국 근대음악의 선구자인 박태준(1900~1986)이 작곡한 가곡이다.
청라언덕에 올라서면 1893년부터 선교 활동을 한 미국 선교사들이 짓고 살았던 주택이 보인다. 붉은 벽돌집에 담쟁이넝쿨이 벽을 휘감고 있어 인상적이다. 지금은 의료와 선교 관련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근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바로 옆에 우뚝 서 있는 대구제일교회는 조선 말기인 1893년에 설립된 경북 및 대구 지역 최초의 개신교회다. 청라언덕의 ‘동무생각’ 노래비 옆에서 시내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90개 계단이 있다. ‘3·1만세운동길’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도심에서 모이기 위해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지나다녔던 솔밭길이다. 계단길 옆으로 3·1만세운동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의미를 더해준다.
3·1만세운동길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 큰길 건너편에 계산성당이 보인다. 처음에는 한식 기와집으로 지었던 천주교 성당이다. 화재로 전소된 뒤 1902년 재건돼 지금에 이르렀다. 프랑스 신부인 로베르가 설계했으며 영남 최초의 고딕 양식 성당으로, 우뚝 솟은 쌍탑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야간 조명이 설치돼 밤에는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근대와 현대가 구불구불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골목길이다. 그가 나고 자란 고택에는 이상화 선생의 초상화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구절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
봄 향기 그윽한 화원동산
봄의 마지막 향기를 맡고 싶다면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로에 있는 화원동산(053-635-7112)으로 가보자. 화원동산은 도심 속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울창한 숲과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어 꽃동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화원동산은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에 왕래할 때 행궁을 두었던 곳이다. 1928년 화원유원지가 조성됐으며 1978년 12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후 화원동산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상화대 위 팔각정에서 바라보면 낙동강, 금호강, 진천천 ?합류하는 곳이 한눈에 보이는데, 제각기 다른 빛깔을 띠고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산 위에는 옛 토성의 흔적이 있고, 산 아래에는 고분군이 남아 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객이 늘었다. 천천히 걸으면 팔각정이 있는 정상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오리 전기차로 편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 낙동강과 달성습지가 한눈에 보이는 포토 존은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대구에는 납작만두, 막창, 매운 갈비 등 독특한 음식이 많다. 동구 지역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튀김똥집이다. 원래는 닭의 모래주머니인데 평소 닭똥집이라 불러서인지 그 명칭이 더 친근하다. 보통은 구워서 기름장에 찍어 먹지만 대구에서는 치킨처럼 튀긴 다음 양념까지 입혀 먹는 걸 즐긴다.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치맥로드’로도 불린다. 값싸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대구를 찾는 여행객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여행메모
2016 컬러풀대구페스티벌(cdf.or.kr)이 봄 여행주간인 오는 5월7~8일 대구 도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다. 대구의 8개 구와 군에서 참여하는 퍼레이드팀이 대구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비경연 부문에 참가해 경합을 벌인다. 국채보상로 일대에서 분필로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거리 미술인 ‘컬러풀 분필아트’도 볼거 ?? 홈페이지로 참가신청을 할 수 있으며 당일 현장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분필아트는 7일 오후 1~5시에 열린다. (053)430-1264~5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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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김광석 거리 들러 추억 한 소절 흥얼거리다…
밤엔 평화시장 '치맥로드'로 닭똥집·납작만두 즐겨볼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면 근대문화골목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 반추를
[ 오경묵 기자 ]
대구는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도시다. 도심의 골목 곳곳에는 근대 문화유산과 관련한 이야기가 지천으로 깔려 있고, 도심 외곽에는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화원동산이 있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가객이었던 김광석 거리에는 그의 노래가 흐르고, 방천시장에는 문화와 추억이 녹아 있다. 풍요로운 문화도시 대구로 떠나는 행복여행이다.
김광석 거리의 낭만…방천시장
김광석의 노래는 언제나 나지막하다. 그가 태어난 대봉동 방천시장 입구에서 시작되는 김광석 거리에는 김광석의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싸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그를 추억하듯 그가 그려진 벽화와 노랫말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30대 초반, 아직은 이룰 것이 더 많은 나이에 안타깝게 스러져간 그는 이제 노래와 벽화, 실물 크기의 동상으로만 남았다.김광석 거리가 잇닿은 방천시장은 서문시장이나 칠성시장 같은 큰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전통시장이지만 이제는 문화와 예술을 품고 새로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장사가 안 돼 사람들이 떠나간 빈 상가에는 마을 기업 ‘아트팩토리 청춘’과 예술가들이 모여 공방을 마련했다. 손바느질이나 인형, 펠트공예, 만화, 일러스트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상가가 생기니 자연히 관광객도 늘어났다.
이야기가 풍성한 근대 문화골목
400여년 이상 영남의 정신적·지리적 중심지였던 대구 도심엔 6·25 전쟁의 피해가 작아 근대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구 근대골목은 총 5개 코스인데 코스별로 주제가 다양하다. 그중 청라언덕에서 시작하는 제2코스인 ‘근대문화골목’을 걸으며 100여년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보자. 근대문화골목은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있는 청라언덕에서 시작한다.
청라언덕은 대구에 기독교가 뿌리내려 성장한 중심지이자 학창 시절 대부분 학생이 불러봤던 ‘동무생각’의 노랫말 배경이 된 곳이다. 동무생각은 대구가 낳은 한국 근대음악의 선구자인 박태준(1900~1986)이 작곡한 가곡이다.
청라언덕에 올라서면 1893년부터 선교 활동을 한 미국 선교사들이 짓고 살았던 주택이 보인다. 붉은 벽돌집에 담쟁이넝쿨이 벽을 휘감고 있어 인상적이다. 지금은 의료와 선교 관련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근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바로 옆에 우뚝 서 있는 대구제일교회는 조선 말기인 1893년에 설립된 경북 및 대구 지역 최초의 개신교회다. 청라언덕의 ‘동무생각’ 노래비 옆에서 시내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90개 계단이 있다. ‘3·1만세운동길’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3·1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도심에서 모이기 위해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지나다녔던 솔밭길이다. 계단길 옆으로 3·1만세운동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의미를 더해준다.
3·1만세운동길의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 큰길 건너편에 계산성당이 보인다. 처음에는 한식 기와집으로 지었던 천주교 성당이다. 화재로 전소된 뒤 1902년 재건돼 지금에 이르렀다. 프랑스 신부인 로베르가 설계했으며 영남 최초의 고딕 양식 성당으로, 우뚝 솟은 쌍탑이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야간 조명이 설치돼 밤에는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근대와 현대가 구불구불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골목길이다. 그가 나고 자란 고택에는 이상화 선생의 초상화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구절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
봄 향기 그윽한 화원동산
봄의 마지막 향기를 맡고 싶다면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로에 있는 화원동산(053-635-7112)으로 가보자. 화원동산은 도심 속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울창한 숲과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어 꽃동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화원동산은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에 왕래할 때 행궁을 두었던 곳이다. 1928년 화원유원지가 조성됐으며 1978년 12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후 화원동산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상화대 위 팔각정에서 바라보면 낙동강, 금호강, 진천천 ?합류하는 곳이 한눈에 보이는데, 제각기 다른 빛깔을 띠고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산 위에는 옛 토성의 흔적이 있고, 산 아래에는 고분군이 남아 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객이 늘었다. 천천히 걸으면 팔각정이 있는 정상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오리 전기차로 편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 낙동강과 달성습지가 한눈에 보이는 포토 존은 일몰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대구에는 납작만두, 막창, 매운 갈비 등 독특한 음식이 많다. 동구 지역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튀김똥집이다. 원래는 닭의 모래주머니인데 평소 닭똥집이라 불러서인지 그 명칭이 더 친근하다. 보통은 구워서 기름장에 찍어 먹지만 대구에서는 치킨처럼 튀긴 다음 양념까지 입혀 먹는 걸 즐긴다.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치맥로드’로도 불린다. 값싸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대구를 찾는 여행객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
여행메모
2016 컬러풀대구페스티벌(cdf.or.kr)이 봄 여행주간인 오는 5월7~8일 대구 도심 국채보상로에서 열린다. 대구의 8개 구와 군에서 참여하는 퍼레이드팀이 대구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비경연 부문에 참가해 경합을 벌인다. 국채보상로 일대에서 분필로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거리 미술인 ‘컬러풀 분필아트’도 볼거 ?? 홈페이지로 참가신청을 할 수 있으며 당일 현장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분필아트는 7일 오후 1~5시에 열린다. (053)430-1264~5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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