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 주최 '세계 납땜왕 대회' 3위
공고 졸업 후 20년째 한우물
"현장 경험, 빠를수록 좋아"
[ 이미아 기자 ] “예전엔 납땜 일을 하는 제가 좀 부끄러웠어요. 사람들이 볼 때 그렇게 폼 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젠 당당하게 ‘저 납땜하는 여자예요’라고 말합니다. 세계 최고 대회에서 장인으로 인정받아 자부심이 더 커졌죠.”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인쇄회로표준기구(IPC) 주최로 열린 ‘제5회 핸드 솔더링(hand soldering·손납땜)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3위에 오른 백효정 LIG넥스원 구미생산본부 기장(38·사진)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2년 시작돼 글로벌 전자조립산업계 최대 박람회인 ‘IPC APEX 엑스포’ 기간에 열리는 이 대회는 내로라하는 각국 손납땜 장인이 인쇄회로기판(PCB) 납땜 실력을 겨루는 행사다. 백 기장은 여기에서 여성으로는 국내 최초로 입상했다.
“작년에 국내 손납땜 대회에서 우승해 IPC 대회 선수로 선발됐습니다. 올해엔 9개국이 참가했는데 1등은 베트남, 2등은 중국 선수였어요. 확실히 아시아계가 손기술에 강해요. 3위라 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자랑스럽습니다.”
일반 전자기기의 단순조립 PCB를 납땜할 땐 로봇을 사용한다. 하지만 비행기 인공위성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 방위산업 기기에 장착하는 PCB엔 손납땜이 필수다. 아직까지 사람의 섬세함을 기계가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백 기장은 “사내에서 작업할 때 지름 0.4~0.6㎜의 납줄과 40배율 확대경을 사용하는데 이게 PCB 납땜 기술 중 가장 고난도인 레벨3”라며 “IPC 대회에선 레벨3 부품 90개를 1시간 안에 납땜 조립해야 하며 완성과 작동 여부, 작업 속도 등을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납땜이란 한우물을 판 지 어느덧 20년째. 백 기장은 “내 손을 거친 PCB가 위성이나 미사일이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데 일조했다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기술인이 되는 데는 현장경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안 형편이 조금 어려워서 공업고에 진학했고, 졸업 후 곧바로 LIG넥스원에 입사했습니다. 시간 낭비가 가장 아까운 것 같아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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